‘혼술(혼자 마시는 술)’은 요즘 ‘혼밥(혼자 먹는 밥)’과 아울러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많이 언급된다. 몇 년 전부터 주로 청·장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생활패턴이라 했지만 최근엔 중년에서도 제법 이 현상이 나타난다고들 한다. 술집이나 식당에서의 주류 판매는 줄고 마트나 편의점의 주류 판매가 는다는 통계도 ‘혼술’현상을 뒷받침한다. 이러한 현상에 다양한 의견도 있고 옳고 그름을 논하기도 하지만 이를 떠나 이런 사회현상은 그저 회식문화나 건강문제, 경제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껴진다.
혼술이니 혼밥이니 하는 것은 다분히 인간관계의 변화이다. 젊은 층은 이미 자라면서 한자녀 가정에서 자라온 특성으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어색함은 없다. 혼자가 익숙한 것이다. 그러나 중·장년층에서의 혼술 문화는 의미가 좀 달라 보인다. 이것은 대인관계에서 오는 피곤함과 예측 불가한 현실의 불안함의 반영이 아닌가 한다.
서로의 만남도 피차의 눈치를 봐야 하고 시간 맞추기 또한 힘들고 만났다 해도 삶의 힘든 모습에 한탄이 이어지는 자리는 불편하다. 특히 요즘 시국에 술자리의 정치 이야기는 십중팔구 언쟁이 벌어지곤 한다. 모두가 애국자이긴 한데 한편은 보수 애국이요, 한편은 진보 애국이라 그렇다. 그러니 피곤한 술자리보다는 차라리 집에서 TV 보면서 한잔 하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하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을 보면 혼자 와서 술과 밥을 먹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다 사연이 있고 아픔이 있으나 터놓고 마음 나누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마음을 드라마는 이해하고 치유하는 방향으로 간다. 우리나라에도 이렇게 혼술이 가능한 곳이 점점 늘어난다고는 하는데 우리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픔을 치유하는 드라마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다. 이 겨울에 얼굴 찌푸리지 않고, 옳고 그러니 싸우지 않고, 뭐든 용서되고 이해되는 따뜻한 술자리가 그립다. 정유(丁酉)년은 그렇게 따뜻한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었으면 좋겠다.
조문실 (창원시마산학원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