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커피이야기'
현숙씨의 사콤달근 밥차 '커피이야기'
  • 김지원·박현영
  • 승인 2017.01.08 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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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숙씨가 핸드드립 세트를 펼쳐 놓았다. 원두는 커피밀을 통해 원하는 질감으로 갈아낸다. 주둥이가 긴 드립용 포트는 물을 고르게 부을 수 있게 해준다. 여과지를 깐 드리퍼를 통해 커피를 내리면 아래쪽 서버에 커피 원액이 고인다.



커피 역사가 시작된 에디오피아에는 ‘커피 다도’가 있다.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원두를 로스팅하고 갈아서 커피를 바로 만들어 대접하는 커피예절. 우리 말로 부르자면 ‘커피 다도’라고 해도 될 것이다. 익숙하고도 편한 음료이지만 파고 들자면 논문으로 써도 모자랄 커피 이야기를 현숙씨의 안내를 징검다리 삼아 살짝 건너보기로 했다. ‘된장녀’라는 속칭의 상징처럼 쓰이는 까맣고 뜨겁고 향긋한 음료. 이 뜨거운 한잔의 커피는 아침의 활력을 깨워주기도 하고, 순간의 휴식을 주기도 하고, 나른한 오후의 집중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세계 유명산지에서 커피 나무가 자라고 열매가 열리고 그 속에 커피콩을 걸러낸 생두가 세계 각지로 수출돼 유명 브랜드 공장에서, 전문커피업자의 카페에서, 개인의 커피테이블에서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로스팅되고 갈려진 다음 뜨거운 한잔의 커피로 만들어진다. 대부분의 커피 소비자는 커피나무에 하얀꽃이 피는지 빨간열매가 열리는지는 모르지만 내 입맛에 맞는 커피쯤은 찾아내곤 한다. 그만큼 커피는 낯설고도 익숙한 음료다.

 


에디오피아식 커피를 대접받다

현숙씨가 로스팅하지 않은 생두를 꺼내왔다. “집에서도 로스팅 할 수 있어요. 적당한 맛을 찾아내기까지 오래 걸리지만...” 수망이라는 냄비모양의 체망속에 생두를 넣고 휴대용 가스렌지의 센불로 볶아주면 된다. 타지 않게 계속 흔들어줘야 하고 아래 위를 뒤섞으며 골고루 볶아질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어느정도 볶아진 커피콩은 톡톡 소리를 내며 튀는데 이때 불을 낮추고 원하는 정도로 로스팅하면 된다.

생산된지 몇년 된 올드크롭의 생두는 옅은 녹색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그해에 나온 새 원두를 뉴크롭, 다음해 생두가 생산되기 전까지의 커피콩을 크런트 크롭, 만으로 한해를 넘기고 2년이 안된 커피콩은 패스크 크롭이라고 한다. 2년 이상된 커피콩을 올드 크롭이라고 한다. 하지만 커피의 신선도를 이야기 할 때는 생산기준보다는 로스팅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보관이 잘 된 커피콩이라면 올드 크롭도 나쁘지 않다. 로스팅한 커피콩은 갈색에서 검은색의 원두커피의 익숙한 색깔로 바뀐다.

로스팅 하는 동안 커피콩을 싸고 있는 얇은 은피가 떨어져 나와 바닥에 부스러기가 잔뜩 쌓이게 돼 넓고 청소가 편한 장소가 필요하다. 커피콩을 뒤섞어 주는 과정을 배전이라고 하는데 많이 볶을 수록 강배전으로 색은 점점 더 진해지지만 카페인은 오히려 줄어든다.

볶은 원두가 식는 동안 커피용기들을 준비한다. 집에서 흔히 커피를 내려먹는 핸드드립세트는 잠시 잊자. 현숙씨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줄 모카포트와 터키식 커피용기인 이브릭을 먼저 선보였다.

 

3단으로 구성된 모카포트는 맨 아래에 넣은 물이 끓으면서 올라오는 수증기가 중간층에 꼭꼭 눌러담은 원두층을 지나면서 커피가 추출되는 방식이다.
수증기로 뽑아내는 모카포트의 매력

모카포트는 1933년 이탈리아의 알폰소 비알레띠가 만들어낸 커피추출 기구이다. 수증기의 압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진한 에스프레소 커피를 얻을 수 있다. 처음 커피를 접하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어 입문용으로 매력적인 기구이다. 삼단으로 분리되는 모카포트는 맨 아래칸에 물을, 중간층에 고운 입자로 갈아낸 커피를 넣고 패킹이 꽉 조이도록 잠근 후 불 위에 올려서 끓이면 된다. 아래에서 끓은 물의 수증기가 위의 커피층을 뚫고 올라가면서 커피원액이 추출된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기 시작하면 불을 꺼야 하는데 타이밍이 중요하다. 너무 이르면 커피가 제대로 추출되지 않고, 너무 늦으면 물 온도가 높아져 과추출 될 수 있다. 모카포트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요령은 로스팅과 마찬가지로 경험치가 쌓여야 한다는 점에서 커피는 연륜이 필요한 음료다. 진한 에스프레소는 뜨거운 물에 타서 마셔도 좋고 우유에 타서 라떼로 즐기는 것도 좋다. 우유거품기가 있다면 거품을 올려서 섞어도 좋지만 그저 따뜻하게 데운 우유로도 충분히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가루를 낸 원두와 물을 한데 넣고 끓이는 터키식 이브릭. 설탕이나 소금을 넣고 진하게 달여내서 마신다.

이브릭이 달여내는 터키식 커피

이브릭은 보다 원초적인 기구다. 카흐베라는 터키식 커피를 추출하는 기구 중 하나다. 터키의 커피문화는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카흐베는 커피가루와 물을 같이 넣고 끓이는 형태로 여과하지 않고 바로 추출해 먹는 커피다. 가볍게 마시려면 끓기 전까지 온도를 높여 우려낸 다음 윗물만 따라서 마셔도 좋다. 터키식으로 즐기려면 주전자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끓어넘치지 않게 조절하면서 진하게 달여내면 된다. 이브릭은 끓이는 동안 긴 숟가락으로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설탕이나 소금을 넣어서 가미를 더하기도 한다. 커피알갱이가 입에 걸리는게 싫다면 여과지에 한번 걸러주면 된다. 이브릭으로 진하게 달여낸 카흐베는 “커피는 지옥만큼 어둡고, 죽을만큼 강하고, 사랑만큼 달콤하다”는 터키의 커피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커피를 만드는 기구들은 한번씩 중성세제를 써서 씻는 것이 좋다. 커피콩에는 기름기가 있기 때문에 물로만 씻어서는 완전히 기름기가 빠지지 않는다. 세제를 사용한 후에는 완전히 씻어내야 하는 것은 기본. 기구들은 잘 씻어서 린넨으로 물기를 닦아두어야 얼룩도 줄일 수 있고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는 핸드드립세트. 아기자기한 재미도 있고 원하는 맛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진지한 도전을 경험해 볼 수 있다.

핸드드립, 집중력이 맛을 좌우한다

커피만찬은 핸드드립커피로 마무리됐다. 입자 굵기를 모카포트나 이브릭보다는 굵게 조절한 밀로 원두를 갈아낸다. 핸드드립 커피는 중배전으로 로스팅한 커피가 좋다. 입자가 가늘면 빨리, 두꺼우면 천천히 우려내 맛을 조절할 수 있다. 여과지의 솔기는 바닥과 측면을 반대방향으로 접어서 드립퍼에 밀착되게 깔아준다. 갈아낸 커피를 원하는 양만큼 여과지 안에 고르게 넣고 뜨거운 물을 천천히 부어서 커피를 우려낸다. 처음 물을 부을 때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둥글게 원을 그리며 붓는다. 가루가 부풀어 오르면 붓기를 멈추고 30초 가량 기다린다. 로스팅을 한지 얼마 안되는 원두는 탄산가스로 인해 잘 부풀어 오르지만 오래된 경우는 잘 부풀어 오르지 않아 신선도를 알아볼 수 있다. 30초 가량 뜸을 들이는 동안 부풀어 올랐던 커피가루가 가라앉으면서 서버에 한두방울씩 커피 에센스가 빠져나온다. 이때 추출된 커피가 드립커피의 원액으로 이후에는 적정용량을 우려내는 과정이다. 가루가 평평해지면 다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물을 붓는다. 솟아오른 머핀산의 모양을 살피며 붓기와 멈추기를 조절해가며 원하는 양을 추출하면 된다. 커피머핀의 중심의 하얀 거품이 서버에 떨어지면 향미를 떨어트리게 되므로 거품이 다 꺼기기 전에 드리퍼를 분리한다. 커피를 우리는 동안 적당히 식은 원액은 개인용 잔에 뜨거운 물을 먼저 넣어 온도와 농도를 맞춘 다음 즐기면 된다.

커피에도 다도가 있다

핸드드립용 기구들은 일반인들도 재미삼아 쉽게 해보는 커피 추출 방식이다. 설명을 듣고보니 오히려 모카포트나 이브릭 같은 원초적인 기구들도 커피를 처음 접하기에 매력적인 도구다. 우촌 최태문 선생의 새해엽서가 붉은 닭의 기운을 뿜어내는 현원당의 다실에서 커피라는 또 다른 차문화를 만난 새해 벽두. 커피믹스 한 봉지나, 길거리 카페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커피문화이지만, 생두를 로스팅하고 분쇄하고 뜨거운 물로 우려내는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커피의 다도를 만난다는 현숙씨의 커피이야기였다.

김지원·박현영 미디어기자


 
정유년 닭의 해를 앞두고 우촌 선생의 새해엽서가 현원당 다실을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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