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청년 세대, 몸도 마음도 춥다
안지산(경상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청년 세대, 몸도 마음도 춥다
안지산(경상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0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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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바뀐 나라. 청년 세대는 어린 시절 어른들의 숱한 성공담을 들으며 컸고, 그만큼 꿈도 장대했다. 어릴 적 위인전을 보며 ‘나도 이순신처럼 훌륭한 장군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하던 철부지들의 꿈은 대통령, 마술사, 위대한 과학자, 발명가였다. 머리가 커서 청년이 된 그들의 꿈은 현실 앞에 무너졌다. 대부분이 공무원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현대사회에서 참 무색하게 변했다고들 한다. 융중의 초려에는 더 이상 제갈량과 같은 인물이 나지 않는다. 이대 부정입학 의혹에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말하던 정유라의 발언에 ‘의문의 1패’를 느낀 청년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 무어라 반박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이다.

세상은 청년들에게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라 한다. 젊음을 무기로 일어서서 다시 도전할 때라고. 그러나 아픔을 딛고 일어서 봤자 이미 격차는 ‘넘사벽’이다. ‘흙수저’들은 학점도 채워야 하고 방값도 벌어야 하며 스펙 쌓기에 전전긍긍한데, 누구는 대학도 특혜로 보내주고 리포트도 대신 써준다더라. 어느 누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죽어라 뛰고 내일도 죽어라 뛰어봐야 나는 놈을 당해낼 재간이 없음을 직시할 뿐이다.

‘N포 세대’, ‘지잡대’, ‘헬조선’ 등을 말하는 자조적인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청년들이 타성에 젖었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무조건 사회구조를 비난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학점, 어학점수, 자격증, 공모전 수상 경력 등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과잉 스펙’을 갖춘 이들이 수두룩하나 취업이 안된다고 말한다. 과연 이들이 정말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일까.

1월은 아직 춥고 봄은 멀었다. 한파에 맞서 난방이 꺼진 자취방 텐트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청년들이 걱정 없이 밥 세 끼 챙겨 먹을 수 있고 새치기 없는 공정한 사회가 오길 기대한다. 제2의 정유라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하루빨리 교육·기회의 평등이 실현되어야 한다. 청년의 미래는 주머니는 비었어도 머릿속은 꿈으로 가득 찬 이가 주인공이 되길 바랄 뿐이다.
 
안지산(경상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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