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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61>남원 서룡산솔숲이 아련해서 시인은 이 길을 시로 남겼나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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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1.12  2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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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장암 대웅전과 국보 제 10호 3층 석탑 및 보물 석등. 뒤에 보이는 산이 1073m 높이의 서룡산줄기이다.


함양 마천에서 도계를 넘어 전북 남원시 산내면 실상사, 인월 방향으로 가다보면 람천 쪽 도로옆에 ‘실상사 부속 백장암’ 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허투루 지나칠 수 있겠지만 자세히 보면 놀랍게도 그 아래 ‘국보 10호 백장암 삼층석탑’이라고 씌어있다. 진귀한 국보 삼층석탑이 왜 대찰 실상사에 있지 않고 산 속 작은 암자에 있는 것일까.

백장암 삼층석탑은 통일신라 후기에 세운 탑으로 기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다양한 형태의 조각을 한 것이 특징이다. 1998년 기단부에서 팔부신중 조각이 발견돼 학계에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여느 팔부신중과 달리 이 탑에서는 악귀를 깔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양식은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것으로 신라 후기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또 재미있는 것은 불국사의 사라진 석가탑 보주를 복원할 때 이 석탑 보주를 참고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백장암석탑의 시대적 위치와 고품격의 가치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1층에는 보살상과 신장상을, 2층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천인상을, 3층에는 구름을 타고 있는 천인좌상을, 지붕돌 밑면에는 연꽃무늬를 새겼다. 이 때문에 1966년 국보의 지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탑은 안타깝게도 도굴꾼의 손에 무참히 훼손됐다. 또 무너진 것을 복원할 때도 제대로 하지 못해 삐뚤삐뚤한 모습이다. 어이없고 황망하기 짝이없다.

백장암에는 이 외도 귀중한 문화재가 많이 남아 있는데, 보물 제40호 석등, 보물 제420호 청동은입사향로가 대표적이다.이번에 가는 서룡산(1073m)은 백장암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 불경을 독송하는 사람들을 무력으로 보호하는 호법 신장상.



▲등산로;백장암→금강암 갈림길→통나무다리 갈림길→능선 서진암 갈림길→서진암(반환)→금강암→서룡산→투구봉(반환)→범바위→백장암원점회귀. 11km에 5시간 20분 소요.

▲실상사 지나 인월방향 4km지점에서 오른쪽 산으로 꼬불꼬불한 시멘트 길을 따라 백장암으로 올라간다.

오전 9시 30분, 산속 양지바른 곳에 백장암이 새둥지처럼 앉아 있다. 선입관 때문인지 감청색을 띤 석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국보 제 10호 백장암 3층석탑이다.

탑에 얽힌 사연은 이렇다. 도굴되기 전인 1972년 문화재관리국이 해체복원공사를 했는데 어쩐일인지 무너져버렸다.

이때 일곱군데가 파손돼 접착제로 붙여 임시로 세워놓았는데 1980년 2월 1일 새벽, 서너명의 도굴꾼들이 몰려와 도굴을 하는 바람에 또 다시 무너졌다. 천년 넘게 백장암 앞마당을 지키고 서 있던 석탑이 인간의 무지와 욕심에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 따불유시?(WC), 해학적인 화장실 문


대웅전 석탑 앞을 가로질러 걸어가면 해우소가 나온다. 그 문에 한자로 ‘다불유시’(多弗留是)라는 해학적인 글이 씌어져 있다. 따불유·시?, 신통방통하게도 영어 W·C(water closet)와 같은 음이다. 그렇다면 한자는 무슨 뜻일까. 굳이 해석하자면 ‘모든 근심을 여기에 두라’이다. 어느 블로거는 화장실이라서 부처불(佛)을 감히 못 쓰고 근심이라는 뜻이 있는 弗자를 썼다”고 했다.

길은 곧장 산으로 향하지 않고 오른쪽 산등성이 허리를 따라 돌아간다. 비썩 마른 소나무 길을 따라 두 세개의 능선을 돌았을까. 첫 번째 갈림길에서 산 쪽은 금강암으로 바로 가는 길이다.

이를 뒤로하고 5분정도 진행하면 작은 실개울 위에 놓인 통나무다리다. 오전 10시,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이 다리는 산행 길잡이 역할을 한다. 다리 지나 갈림길에서 산쪽 돌탑을 따라 능선으로 오르면 된다.

오전 10시 40분, 능선에 섰을 때 갈림길에서 또 주의해야 한다.

전에는 기왓장에 새긴 이정표가 있었는데 누군가 치워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오른쪽 길은 매동마을 하산길이다.

다시 산허리를 돌아 250m정도 가면 작은 암자 서진암이 나온다. 서진암엔 기와 본당, 칠성각, 감나무가 가족이다. 스님이 살고 있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으나 인기척이 별로 없다. 옛날에는 세암과 세진암으로 불렸다. 나한상이 있는데 밑바닥에 ‘정덕 십일년 병자 화주 경희(正德十一年丙子化主敬熙)’ 라는 기록이 있어 1516년 경희라는 사람이 시주해 조성했음을 알 수 있다.

1822년 불탄 뒤 5년 후 두타·대영스님이 중건했고 1927년 서진암으로 바뀌었는데 1933년 또 불이나 1935년 중건했다.

이곳에서 금강암 서룡산으로 곧장 가는 길이 있지만 되돌아와 산등성이의 정상적인 등산로를 택해야 한다.

 

   
▲ 서진암 지나 서룡산으로 오르는 능선길.
   
▲ 범바위


등산로는 상당히 가팔라 날카로운 등날을 타고 오르는 느낌이 든다.

앞산에 힐끔 힐끔 금강대와 범바위가 보인다. 금강암으로 가는 길을 놓치기 쉬워 주의해야한다. 작은 능선을 넘어 바위지대 지나 금강대 샘터, 오전 11시 40분, 그 옆에 금강대다. 이곳에 한때 청화스님이 살았다. 19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득도했고 1985년 태안사 주지를 지낸 뒤 2003년 11월 입적했다. 그는 눕지 않는 장좌불와 수행과 하루 한끼 공양을 했으며 많은 편문을 남겼다.

금강대의 전망은 바래봉, 덕두산과 만복대, 성삼재까지 반야봉과 노고단 삼정산, 영원봉, 명선봉, 반야봉이다.

오전 11시 50분, 서룡산 80m못미쳐 서진암 갈림길과 정상적인 등산로를 만난다.

서룡산 정상. 화강암을 깎아 세운 정상석이 파손돼 널려 있다. 사방에 크고 작은 나무가 가려 전망이 없다. 더 진행하면 1000m가 넘는 투구봉(700m)과 삼봉산(2.5㎞)까지 갈 수 있다. 투구봉에선 팔령재로, 삼봉산에선 오도재로 법화산(명산 플러스 160회)갈 수가 있다. 서진암 갈림길로 되돌아와 우회전하면 백장암과 인월방향 하산길이다.

낮 12시 10분, 범바위는 서룡산 줄기에서 몇 안 되는 바위군 중 하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대호 한마리가 영역표시를 위해 이 바위에 올랐을 것이다. 그래서 이 광경을 본 산사람들이 혼비백산 줄행랑 친 뒤 훗날 범바위라고 불렀을 지 모를 일이다.

   
▲ 멧돼지로부터 산소를 보호하기위해 설치한 철망과 냄비 꽹과리.


범바위 아래서 휴식 후 오후 1시 10분, 하산을 재촉했다. 멧돼지가 산소를 파헤쳐 극성을 부렸는지 주인이 고육책으로 봉분 주변에 철근을 촘촘히 박고 쇠철망을 둘러 깡통, 냄비 꽹과리를 달아 놓았다.

오후 2시 20분, 백장암 쪽 갈림길, 오른쪽 2.3㎞지점이 인월, 왼쪽이 백장암길이다. 암자 주변에는 최고의 소나무군락이 형성돼 있다. 솔숲에 높이 7m짜리 큰 바위가 나오면 산행이 종료된다. 백장암에 회귀했을 때 3시가 가까웠다. 백장암은 실상사 소속 암자. 828년 홍척이 실상사를 창건하면서 함께 세워 참선 도량이 됐다.

시인 권경업의 ‘서진암 가는 길’을 소개한다. /산에 길 있네/허상의 내가/허상 뿐인 나를 찾아 헤매이던 길/잘게 분해된 시간 /빛바랜 햇살로 증발하는 오후의 느릅나무 숲/으름 덩굴 사이로 열려 있네/<중략>/야윈 오솔길은 제 혼자 두런거리며 간다/그리움 지나 더 아득한 그리움으로/산 넘어 산/그 넘어 산으로/백장암 뒤란 대숲을 건너/저∼편/어느 잊혀진 가을의 모퉁이에서/하염없이 기다릴, 만남과 이별/어제와 내일이 윤회할 그 길 위/네 눈빛만큼이나 한없이 투명한 하늘/아쉬운 날들의 사랑 같은 노을이 진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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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룡산에는 수백년 수령의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어 술숲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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