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교사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마음을 어루만지는 교사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 경남일보
  • 승인 2017.01.1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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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준

지리산고등학교에서 근무하다보면 방송촬영을 하는 일이 잦다. 약 2달 전에 KNN방송국에서 나온 PD를 만난 것이 인상적이었다. 50대 중반 정도의 PD는 주로 서울 쪽에서 근무를 했는지, 내가 서울말씨를 쓰는 것을 보고 나의 고향과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등에 대해서 간단하게 물어보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나는 별 생각없이 서울에서 계속 살다가 대학까지 졸업하고 본교에 근무하게 됐고, 대학은 연대 국문과를 졸업했다고 말했다. 그랬는데 갑자기 혹시 임 모 교수님을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물음을 듣는 순간 나의 기억은 어느새 12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내가 그 교수님을 만난 것은 학부 2학년 때 ‘우리말 연구의 첫걸음’이라는 수업에서였다. 그 교수님을 뚜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그분은 대학 강의실 칠판 전체를 활용하며 유려한 판서를 하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강의를 하셨기 때문이다. (보통 국문과 교수들은 칠판을 많이 활용 안 하는 편이고, 강의도 좀 자유롭게 하는 편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 교수님 수업이 매우 인상적이었고, 수업 중간중간에 따뜻하게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시고, 교훈적인 말씀을 많이 하셨던 것이 뚜렷이 기억난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그 교수님을 잘 안다고 하니 그 PD는 그 교수님이 바로 자신의 휘문고 시절 담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교수님을 꼭 찾아뵙고 싶은데, 혹시 연대 과사무실을 통해서 연락처를 알아봐줄 수 없냐고 간곡히 부탁했다. 갑자기 너무 간곡하게 말씀을 하셔서 나는 꼭 알아봐드리겠다고 했는데, 문득 이렇게까지 찾고 싶은 선생님은 어떤 선생님일까 라는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의 머리속엔 언제나 ‘세월이 흘러도 학생들이 찾아주는 선생님’이 되고 싶은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분은 어떤 선생님이셨냐고 묻자, 그분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셨던 선생님’이라고 대답했고, 나는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라고 되물었다. 그때 PD가 한 “그분은 한 말씀, 한 행동이 우리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분이셨어요”라는 답변은 한동안 내 머릿속을 맴돌았고, 나의 마음에 강렬하게 와 닿았다. 나 역시 세월이 많이 흘러 그 어떤 제자에게 ‘마음을 어루만져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예준(지리산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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