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분노 해소와 15이론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교단에서] 분노 해소와 15이론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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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도 바위도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안과//넓은 바다 한가운데 일천 석을 실은 배가, 노와 닻도 잃고 돛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이고 키도 빠졌는데, 거센 바람 불고 물결치며 안개 뒤섞인 날에 갈 길은 천리만리 남았고 사방 어둡고 천지가 적막한 폭풍전야 같은 상황을 만난 도사공의 안(마음)(후략)’을 노래한 이 사설시조는 임과 이별한 절망적 심정을 꿩과 도사공의 절체절명의 상황에 빗대어 노래했지만, 근자의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분노나 고통, 슬픔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레실리언스(resilience)’라 한다. 즉 복원력 현상인데, 이 분야 전문가인 컬럼비아대학의 G. 보내노 교수는 심리적 레실리언스는 모든 사람의 타고난 본성으로,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된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옆 사람의 행동을 보기만 해도 그 감정상태가 나에게 전파되는 것을 정신의학에서는 ‘감정 전염’이라 하는데,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전염 정도가 긍정적인 감정보다 15배가 빠르다고 한다. 이 부정적인 감정 전염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

근자의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처음의 분노가 허탈과 슬픔으로 이어져 절망과 비통함이 컸겠지만, 참가자 수가 많은 것에는 ‘감정 전염’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법을 지키지 않았다 하여 탄핵 심판중인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단죄함에 초법적 심판이나 헌재와 특검을 압박하고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행동은 결코 많은 사람의 인정을 얻지 못할 것이다. 특히 자기와 의견이 다르고 자신이 추종하는 정치인을 비판했다고 입에 담지 못할 내용의 문자를 보내거나 18원 송금하는 작태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나흘 뒤면 설이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즈음에 어떻게 하면 이 분노와 절망적 슬픔을 이겨낼 것인가. 우리 모두는 번뜩이며 먹이사슬을 바라보는 맹수의 시선을 거두고 조용히 침잠해볼 일이다. 일시적 분노는 15초면 정점에, 15분이면 사라진다고 한다. 여기에다 15번의 심호흡에 15개의 상황분석 문장을 적어보면 어지간한 분노와 슬픔은 사그라들 것이다. 이 15이론은 학교의 학생지도에 아주 효율적일 것이고, 나아가 가정이나 직장, 단체나 개인 상호간의 갈등 해소에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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