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도박의 숲, 대학가 ‘인형 뽑기’ 열풍
이유준(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도박의 숲, 대학가 ‘인형 뽑기’ 열풍
이유준(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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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였을까. 대학가의 점포들이 인형뽑기 가게로 바뀌기 시작했다. 뽑기방 안에는 수십 대의 기계가 우리를 반긴다. 집게를 움직이고 인형을 뽑는 과정은 불과 20초. 뽑기에 사용되는 1000원은 그렇게 소모된다.

친구들과 뽑기방에서 뽑기를 해보았다. 돌아오는 것은 탄식 또는 인형이었다. 탄식은 아쉬움이 되고 유혹으로 이어졌다. 뽑기기계 안에는 귀여운 라이언 인형이 보였다. 한번 더 도전하면 될 것 같았다. 또다시 지폐를 기계에 넣었다. 그리고 또 또 또. “이제는 진짜 된다.”, “이제 내가 할게.” 인형 하나에 나와 친구는 도전하고 도전했다. 혈투 끝에 결국 우리는 라이언 인형을 얻었다. 그리고 1만5000원을 잃었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이 돈을 잃으면서 인형뽑기를 즐기고 있다. 인형의 원가는 비싸지 않다. 이를 알지만 인형뽑기라는 어른놀이를 즐기고 있다. 단순한 승부욕에서 오는 재미 때문이다. SNS에는 뽑기와 관련된 영상들이 이슈다. 고수가 되기 위해 뽑기 공략법을 묻기도 한다. 뽑았던 인형을 판매한다는 글도 올라온다. 이러한 글을 본 사람들은 다시 뽑기방을 찾는다.

‘안 해본 사람은 있지만 한번 해본 사람은 없다.’ 술, 담배 등 중독성과 관련된 유명한 말이다. 이 말은 인형뽑기 또한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인형뽑기 중독현상이 복권이나 도박과 유사하다고 말한다. 뽑힐 듯 안 뽑히는 특성은 언젠가 잭팟을 터트릴 도박과 비슷하다. 그들에게는 ‘이제는 되겠지’라는 마음이 내포돼 있다.

종종 인형뽑기에 중독된 학생들이 보인다. 대학생뿐만이 아니다. 보다 자제력을 잃기 쉬운 청소년부터 단순히 재미를 찾다가 빠져버린 장년층도 뽑기방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어느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한 달 동안 100만 원을 썼다는 20대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들은 쉽게 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근래 들어 강추위가 찾아왔다. 나는 대학가를 지나고 있었다. 영하로 떨어졌던 그날, 여전히 뽑기방에는 사람이 있었다. 추위에 떨며 인형에 집중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뽑기방에서 돈을 재미없게 낭비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소비하는 선에서 끝나기를 바란다.

 
이유준(경남대학교 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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