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문학, 오늘의 위상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시조문학, 오늘의 위상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1.3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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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라고 하면 흔히 시조창을 연상하기 쉽지만 시조는 천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겨레의 전승문학이다. 고시조는 창(唱)을 위주로 발달했지만 현대시조는 갑오경장 이후 어엿한 문학의 한 장르로 발전해 한국문학의 종가의 위치에 있다. 오늘날 세계를 둘러보면 민족의 말과 글을 가진 나라 가운데 고유한 정형시를 지닌 나라는 열 손가락 내외라고 한다. 외국에서 우리나라에 시가 있느냐고 물어오면 우리는 당당히 시조가 있음을 내세우고, 대표시를 말하라고 하면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 긴 밤’을 (겨울밤의 시)로 번역해 명문화하고 있다. 시조는 세계대백과사전에도 소개돼 있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시조의 형식이 온전히 갖춰진 시기는 고려 말이라고 전해지지만, 연원은 신라향가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그토록 오랜 역사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는 것이고 우선 이웃나라 일본과 비교해 보기로 하겠다. 시조의 원형 자수는 45자 내외이며 일본의 정형시 와가(和歌,)는 31자로 시조보다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 글자수이다. 뜻을 다 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지만 연작으로 해결을 하고 있다. 일본은 와가, 무사(武士)정신, 다도(茶道)로써 국민정신을 결집시키는 기본이념으로 삼고 국가의 강력한 지원으로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 유포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사대(事大)하는 사상이 남았음인지 자유시를 써야만 문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우리 것은 무조건 평가절하하는 생각은 본격문학으로서의 시조에 대한 인식부족이 안타깝다. 시조시인으로 살아오면서 행정에 대하여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첫째, 초·중·고 국어과목에 시조와 시가 실린 비율이 시조가 시보다 현저히 낮다는 것. 둘째, 겨레의 정신문화를 고양하는 차원에서 시조에 대하여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국민의 관심이 적다는 것. 정부는 물질 풍요만을 추구하면서 국민의 정서함양과 순화 등을 무시하고 정신문명과 물질문화의 균형을 잡지 못하여 오늘의 도덕불감증을 유발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조문학 지망생들은 우후죽순처럼 솟아올라 백화난만한 꽃밭을 이루고 있다. 전국에 등단한 시조시인은 2000명을 넘어섰고 시조의 앞날에 서광은 이미 비춰졌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외 많은 단체가 있고 전문 문예지도 수십 개이며 동인 동아리도 지역마다 형성돼 있다. 앞으로 동양의 예지가 세계의 정신문화를 이끌어 나가는 시대가 온다는데 세계에 넓게 퍼져가는 한류의 붐에 때맞춰 가장 한국적인 우리겨레의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 시조문학의 부흥을 위하여 정부와 국민의 뜨거운 격려를 바란다.
 
김정희(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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