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스로 초보 농사꾼이라고 말하는 사람에게서 상담 전화를 받았다.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땅 500평에 하우스를 설치했고 주변 사람의 권유로 오이농사를 지으려고 마음을 굳혔는데 온풍기의 용량이 어느 정도면 좋을지 몰라 물었다. 주변 전문가와 협의를 해서 궁금한 사항에 대해 조언을 해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직 가보지 못한 상담자의 온실이 이따금씩 상상되면서 기대감과 우려감이 생겨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성공적인 농사로 행복하기를 기대하지만 혹 잘못되어 낭패를 볼까 걱정도 되었다.
노란색 메모지에 몇 가지 추가 사항을 적어 붙였다. 첫째, 오이 농사에 대한 전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보완해 나갈 것. 둘째, 오이를 어디에 팔 것인지는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할 것. 셋째, 오이농사 고수를 찾고 겸손하게 배워나갈 것. 즉 읍·면부터 시작하여 시·군, 도, 전국 최고의 고수로 영역을 넓혀가며 벤치마킹하고, 이때는 후츠파(당돌함) 정신이 아닌 겸손한 태도가 매우 중요함을 잊지 말 것. 넷째, 필요시 지역 농업기술센터 전문가의 자문(교육)을 받을 것. 다섯째, 계속해서 기록하고 경영의 성과를 분석해 다음 해 영농계획 수립에 적용하여 경영개선을 지속해 나갈 것. 사용 시간이 적은 농기계를 구입하는데 많은 돈을 들이는 것 보다는 지역의 농기계은행을 이용할 수 있다면 농기계 감가상각비를 줄일 수 있어 좋지 않을까 하는 말은 미쳐 적어 넣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제공한 경영정보가 상담을 의뢰한 초보 농사꾼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오이로 첫 농사를 시작할 초보 농사꾼의 열성과 소박한 미소가 떠오른다. 꼭 기대하는 만큼의 소득을 올려 행복하길 소망한다.
/최재혁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 경영정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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