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최숙향 (시인·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교단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최숙향 (시인·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06 16: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산골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방학을 반납한지도 꽤나 오래이다. 늘 분주하게 보내고 일요일이 되면 필자는 어김없이 마음의 텃밭인 시골로 향한다. 통상적으로 퇴직할 때가 되어가고 나이가 들어가면 귀촌의 꿈을 꾼다더니 필자는 십년 정도 당겨서 나이가 들어가나 보다. 일상을 접고 시골로 향하는 발걸음은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보다도 더 가볍고 가슴 설레며 즐겁기만 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강과 산, 그리고 들판이 있는 시골의 자연은 시시때때로 변해 매주 가도 풍광이 다른 모습으로 반긴다.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각양각색의 볼거리, 먹거리를 제공해주고 풍요로움과 안정감을 준다. 시골로 달려가서는 기꺼이 어르신들의 간식도 마련하고 때때로 집안 청소를 해드리고 경우에 따라 중참을 챙겨 드리기도 한다. 일상 속에서 찌들어가는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 자연이며 사람 살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지난주 일요일, 시골의 뒷산을 오르다 보니 몇 해 전 씨를 심어 어느새 아이들의 키만큼 자란 메타세쿼이아와 홍도화, 수양벚나무, 대추나무, 두충나무, 마가목, 산수유나무 등을 둘러보고 자람을 관찰했다. 겨우내 많은 열매를 주었던 수십년 된 헛개나무와 모과나무도 쓰다듬어 주었다. 뒷산을 한바퀴 돌고 내려와선 시골집 앞의 밭을 돌았다.

집 주변 베리류 울타리 안의 블루베리, 초코베리 등 각종 초화들이 물을 빨아올리고 있었다. 꽃등처럼 주렁주렁 엄청난 양의 열매가 달리던 보리수나무를 지나 홍화나무, 양파, 마늘 밭에서 논으로 나갔다. 해마다 엄청난 양의 대추를 선사해주는 대추나무와 늙은 호두나무를 따라 강변길을 산책했다. 터질 것만 같은 버들강아지가 무심히 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에서 봄은 바야흐로 우리들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꼈다. 이젠 머잖아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 쯤이면 새로운 생명의 신비를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 더불어 힐링을 하고 돌아와서 수확해온 자연의 먹거리로 만찬을 준비하는 저녁시간도 행복의 시간으로 연장된다. 자연 속에서 가치 있는 봉사와 더불어 힐링하는 시간은 활력을 주고 충전이 된다. 자연은 치유이고 삶의 원동력이 된다. 끊임없이 챙겨야 하는 아이들을 지치지 않고 대하며 필자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 휴일에 갖는 자연행에 있다.

최숙향 (시인·화개초등학교 왕성분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