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스승의 길
안명영 (진주명신고등학교장)
[교단에서] 스승의 길
안명영 (진주명신고등학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2.1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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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교육에 대한 열정은 대단하였다. 청소년은 과거 공부에 전념하고 국왕이 되어도 공부는 멈추지 않는다. 경연이라 하여 왕에게 경서와 사서를 가르치고 강론을 제도화하였다. 하루 세 차례의 경연은 성종 대에 확립되었다. 세자의 공부는 어떤가. 유학에서 말하는 성인으로 길러내는 것을 교육목표로 세자시강원을 두어 세자를 교육시켰는데 영의정은 사(師)가 되고 좌·우의정 중 한 명이 부(傅)가 되니 사부이다. 이사(貳師)는 종1품 찬성이 겸직한다. 종3품 보덕 이하 정7품 설서까지는 전임으로 모두 문과에 급제한 실력파들이었다.

연산군(융)의 세자 시절 조지서는 보덕, 허침은 정4품 필선이었다. 융은 공부에 관심이 없어 강의를 해도 모두 귀 밖으로 듣자 조지서는 책을 던지며 임금께 아뢰겠다고 꾸짖었고 반면에 허침은 부드러운 말로 타일렀다고 한다. 조지서는 세자가 왕위에 오르자 창원부사를 희망하여 지방으로 내려왔다. 덕천강변 칠송정에서 강정(江亭)생활을 하다가 갑자사화가 일어나 말이나 행동이 도리에 어긋나고 오만하다는 죄목으로 죽임을 당하니 향년 50세이다. 반면에 허침은 1504년(연산군 10) 좌의정에 오르고 61세에 병사했다.

가상세계가 무한대로 확장되고 인터넷 사용으로 세상은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식정보를 나이에 비례해 경험이 축적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격인 연장자에게 전수받던 시대는 선생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모르는 바를 달려와서 물어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엄청난 정보를 사이버공간에 저장하고 때와 장소에 무관하게 즉각 바라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처음 길도 스미트폰으로 안내를 받는 시대이며 검색수준은 학생이 앞서 오히려 선생이 물어야 할 정도이다.

지덕체를 겸비한 인격 완성의 명제를 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덕(德)의 항목이 강조되고 있다. 과제를 제때 해오지 않은 경우 또는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에게 선생은 어떤 지도를 해야 할까. 감점을 주거나 얼 차리기를 시킨다. 또는 사정을 들어보고 제출을 연기해 준다든지 타이른다. 세자 융은 살아서 왕이지만 죽어 연산군으로 역사의 심판을 받고 있다. 조지서와 허침은 세자에게 각자의 교수법을 적용했다. 누구의 지도법이 옳았는가에 엄하고 부드러움이 정답이다. 오늘날 스승의 길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안명영 (진주명신고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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