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정상으로의 복귀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객원칼럼] 정상으로의 복귀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 경남일보
  • 승인 2017.02.1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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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의 골격을 구성하는 기체구조의 역할은 기체의 외형을 유지하며 비행 중 발생하는 하중을 감당해서 기체가 파손되지 않도록 유지함으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항공기 기체구조 설계방식 중 파손안전설계라는 것이 있다. 이 방식은 항공기를 운용하는 중에 발생하는 기체의 파손으로 인한 항공사고를 조금이라도 더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기체설계 시부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운용 중 예상치 못한 기체 파손으로 인한 항공사고는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기체구조를 구성하는 여러 개의 부재 중 일부가 파손되더라도 파손된 부재가 감당하던 하중과 역할을 이웃해 있던 다른 부재가 임시로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하면 사고로 인한 막대한 인명피해는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러한 설계방식에서 매우 중요한 사항이 있는데 기체의 일부가 파손된 상태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얼마나 빨리 인지하느냐는 것이다. 잘못된 상황을 인지하는 즉시 항공기의 사용을 멈추고 기체를 보수해 계속 사용할 것인지 폐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손안전설계가 적용된 보잉 707 화물기의 꼬리날개를 구성하는 후방 스파의 파손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1977년에 있었다. 스파는 꼬리날개를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구조부재인데 사고 항공기는 전방 스파와 후방 스파로 구성됐는데 후방 스파가 파손되더라도 전방 스파가 임시로 후방 스파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항공기였다. 그런데 해당 항공기의 경우 사용 중 후방 스파에 피로균열이 발생하고 스파의 일부가 파손된 상태에서 운항하다 결국 참사를 당한 것이다. 스파의 파손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였다. 그런데 스파라는 부재는 날개 스킨의 안쪽에 위치한 부재여서 부재의 파손을 쉽게 인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파손안전설계 개념을 적용했음에도 사고를 예방하지 못해 실패한 파손안전설계라는 오명을 가지게 된 사례이다. 그 원인은 일부 부재의 파손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기에 향후 설계에서는 파손안전설계의 적용범위를 제한해 항공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개선됐다.

요즘 국내외 정세가 매우 혼란스럽다. 대통령의 탄핵, 불안정한 세계경제에 더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변화로 혼란이 점점 가중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문제의 경우 문제해결을 위한 대응방법과 시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파손안전설계의 개념이 국가사회에도 바르게 적용돼 이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빠른 시간에 인지되고 적절한 조치가 수행됨으로써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 속히 정착되길 바란다. 물론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개념의 시스템은 이미 자리하고 있다. 다만 얼마만큼 잘 구축돼 운영되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큰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별일이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나 불완전한 시스템의 운영으로 큰 화를 당하고 후회하지 않도록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좀 더 완전한 시스템을 향해 나아가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이시중(한국폴리텍대학 항공캠퍼스 항공기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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