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옳다고 여기는 게 다 옳은가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교장)
[경일칼럼] 옳다고 여기는 게 다 옳은가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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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교장)



어린이 암산왕에 선발되기도 했다. 바른 소리를 하여 여러 번 직장에서 내쫓겨 옮겨다니는 아버지를 보면서 대충대충 살다가 10억을 모으면 덴마크로 간다는 목표를 세운 김 과장을 모델로 방송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항구도시 흥업사 경리 책임자로 있으면서 챙길 것은 챙기고 빈틈없이 장부를 정리하다가 서울의 대기업 경리부로 옮긴다. 부양가족 없고 잠시 근무할 직장이라 좌충우돌하는데….

어느 날 윤 대리가 ‘옳은 게 옳은 것이냐 옳다고 여기는 게 옳은 것인가’라는 물음에 옳다고 여기는 것이 옳다고 대답하고는 곧 회의에 빠진다. 컴퓨터 머리로 회계 비리를 알아채고 임금 착취, 복도에 하는 일 없이 대기시키는 비인도적 처분를 특유의 방식으로 해결한다. 점차 아버지를 닮아가며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금의 국정농단 사건은 법정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반전이 계속되어 흥미진진하다. 등장인물마다 억대 몸값이라 제작에 많은 경비가 소요되어 높은 시청료를 납부할지라도 드라마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보통 사람으로 살아 불편함이 없는 법률 용어를 학습하고 있다.

위증은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고 수사에서 재판까지 혐의지, 피의자, 구속영장 청구, 기소의 순서로 검사와 변호사의 창과 방패의 공방이 이어진다. 더불어 헌법재판소의 탄핵재판까지 진행 중이다. 모른다는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법을 집행했던 사람 또는 법리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야 가능한 진술이다. 일관되게 듣다보니 사실로 여겨진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고 바른 말을 할 사람이라는 심정이 가기 때문이리라.

드라마는 탤런트가 분위기를 좌우한다. 시나리오는 수정할 수 있고 몇 번이라도 찍을 수 있다. 세상사는 그렇지 못하다. 시간과 공간이 반복 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 드라마가 끝나면 여운을 남기지만 인생사는 아쉬움과 후회의 연속이다.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이 나는 순간 혼란은 가중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폭력과 분열은 국가 발전의 저해 요인이 되고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온다.

옳은 게 옳다. 거짓말 하지 않고 남을 속이지 않으며 공인으로 본분을 다한다. 이렇게 살면 올바르게 사는 것이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삶이 되는 것이다.

옳다고 여겨지는 게 모두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옳은 게 옳다는 방식으로 살면 피곤하고 혼자 바보 되는 것 같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따라하기 쉽다. 다수가 옳다고 인정해야 지혜가 모아져 무난하게 되는 것인데. 옳다고 여기는 것마저 사리에 맞고 바르면 그 사회는 밝고 건강하다. 지금의 작태는 옳다고 여기는 게 모두 옳다는 생각에서 초래된 것이 아닐까.

이 땅에서 대한인은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오늘의 위기를 이해와 배려로 극복해야 하겠다.

 

안명영 (수필가·전 명신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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