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비우면 좋은 것을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경일칼럼] 비우면 좋은 것을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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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만남의 연속이다. 매일매일 공기를 만나고, 우리의 탄생도 부모님과의 만남에서 시작되고, 친구를 만나고, 선후배를 만나고, 직장 동료를 만나고, 지인들을 만난다. 친분이 있는 사람도 만나지만 때로는 친분이 없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3가지 유형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다시 만나든 안 만나든 상관없는 사람 등이다.

그러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을 한번 살펴보자. 사람은 직립보행을 하고 감정, 이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람은 생각하고 실천하지만 동물은 본능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이다. 좀 더 내면으로 파고들어가 보면 가장 큰 차이점은 욕심이다.

동물은 정도의 욕심은 있어도 지나친 욕심이 없는 반면 사람은 정도의 욕심을 지나 지나친 욕심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동물은 필요한 양만큼만 취하고 나면 그냥 놔두지만 사람은 필요한 양만큼을 취한 후에도 더 취하려 한다. 9개를 가지면 10개를 채우려고 하고 99개를 가지면 100개를 채우려고 한다.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어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할 줄 모른다.

사람의 욕심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후한서에 득롱망촉(得籠望蜀)이라는 말이 나온다. 농나라를 얻고 나니 촉나라를 갖고 싶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음을 비유하고 있다. 우리가 산의 정상에 오르는 것은 내려오기 위함이고 음식을 먹는 것은 배설하기 위함이다. 결국 비우기 위함이다. 산의 정상에 오를 때보다 내려왔을 때가, 음식을 위에 채울 때보다 비울 때가 기분이 더 좋지 않더냐. 정신 건강에는 마음을 비우는 게 중요한 것처럼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몸을 비우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현대병은 대부분 너무 많이 채우는 데서 발생한다. 돈을 너무 채우려고 하니 부정이, 음식을 많이 채우려고 하니 성인병이 발생하게 된다. 이제 채우기보다 비우기 훈련을 해보자. “재산은 인연으로 맡은 것이니 내 것도 아니므로 고루 나누어 가져야 한다”고 법정 스님이 말했듯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고 자연으로부터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고, 결국 먼 훗날 자연으로 되돌려줄 것이다.

세계인구 약 74억 명 중 10억 명이 하루 1달러로 연명해가고 있고, 해마다 어린이 1000만 명이 만 5세가 안 되어 대부분 예방이 가능한 질병에 죽어가고 있고, 1억 명의 어린이가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은 쓰기 위함이다. 결국 비움이다. 이제 우리가 가진 것은 혼자 가지지 말고 나누어 주어야 한다. 과도한 욕심은 쉽게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게 되고 빠르게 급하게 자기 소욕을 달성하고자 하는 특징이 있다. “가득 찬 것은 죽어 있는 존재이고 계속해서 비워내는 존재가 살아 있는 존재다”라고 사르트르가 말했듯이 지금 우리는 살아 있기에 비워야 한다. 불우한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어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사회를 갈망하면서.
 
고영실(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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