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진주 시민의 힘으로 세운 ‘평화기림상’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진주 시민의 힘으로 세운 ‘평화기림상’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09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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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일 진주교육지원청 앞마당에서는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평화기림상 제막식이 열렸다. 올 삼일절에 많은 ‘위안부’기림상이 세워진 것은 2015년 연말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한·일 위안부 문제합의에 대한 문제인식이 확산되고, 그 이후 양국 간에 소녀상 철거문제를 두고 일어나고 있는 갈등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진주 시민사회의 기림상 건립 추진 움직임은 2015년에 이뤄진 12·28 합의를 계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주지역 시민사회의 관심이 한데 모아진 것에서 시작됐다. 양국 간 졸속적인 합의에 문제가 많다는 것, 그리고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다. 2016년 들어 이 움직임은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약 1년여 만에 4200여명의 진주시민의 마음을 모아 진주교육지원청에 기림상을 세우는 것으로 이어졌다.

진주에서의 ‘위안부’ 기림상 설립은 두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기림상들과 달리 진주에서는 지자체의 협조 없이 전적으로 진주시민의 힘으로 기금을 마련해 기림상을 세웠다. 경남교육청과 진주교육지원청의 협력이 있었고, 기림상을 제작한 이명림 작가의 협력도 큰 힘이 됐지만 기림상을 제작하고 세운 것은 온전히 진주시민들의 힘이었다. 둘째, 이 기림상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기리는 상징물이지만 그와 함께 진주정신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진주농민항쟁이나 형평운동 등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불의에 대한 항거, 평등하고 평화로운 사회에 대한 염원을 표출해왔던 진주시민들의 정신이 ‘위안부’ 기림상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또 하나, 진주의 기림상은 이름에서도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기림상들이 가지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대신 ‘평화기림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일본정부가 ‘소녀상’이라는 이름에 딴지를 걸면서 ‘위안부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는 소녀상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소녀상’이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제한점을 생각하면 다른 이름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소녀상’이라는 이름은 일본의 행위가 잔혹하고 반인륜적인 것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드러낸다는 장점은 있지만, 이는 또한 ‘위안부’ 피해자를 소녀로 한정하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강제로 끌려간 소녀’라는 이미지로 피해자를 제한하고 피해자를 순수한 피해자와 그렇지 못한 피해자로 분열시키며 그 결과 가해자의 책임도 축소시키게 될 위험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일본군 위안부의 고통과 그분들의 삶을 기리고, 앞으로 다가올 평화의 세상을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진주에서 사용한 ‘평화기림상’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 이처럼 다양한 고민과 논의과정을 거쳐 건립된 진주의 ‘평화기림상’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원한다.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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