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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대통령파면, 받아들여야 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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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4  19: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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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초심(首丘初心)의 뜻이 새겨졌을까. 이전에 면식이 없지만 고향분, 혹은 고향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친근감이 느껴진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학창시절에 몇몇의 작품을 접하고 숭모했던 불세출의 대문호 김동리 선생의 자제라는 사실에 인격적 신뢰가 생기기도 했다. 해방둥이로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이후 최근까지 미국서 활동하다가 대통령 탄핵재판 대통령측 변호인단에 합류한 한 변호사 얘기다. 경주 출신인 김동리님은 광복 전후로 사천의 고찰 다솔사 요사채에 10여년을 기거하면서 적지 않은 문학작품을 남겼다. 고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린 적이 있는 ‘등신불(等身佛)’도 다솔사에서 탈고한 그의 대표 단편이다.

한 사건을 두고 같은 법을 공부한 변호사끼리도 견해가 다르며, 동일 사건에 최종심인 대법원까지 유무죄가 엇갈리고 파기환송이 반복되는 사례가 빈번한 만큼 참으로 복합다기한 게 법리다. 따라서 제기된 탄핵사유를 재단하고 판결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생각했다. 그 변호사는 하루 수천 만원의 개인돈을 들여 주요 일간지에 수일 동안 계속 탄핵 부당성을 담은 광고를 내보냈다. 외면했다. 편향된 시각일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우연히 그의 최후변론을 SNS로 시청하게 됐다. 그중에 두 쟁점의 해석이 쏙 와 닿았다. 이른바 ‘섞어찌개’ 탄핵과 재판관 구성의 흠결이라는 강변이 그랬다.

‘섞어찌개’는 대체로 라면, 햄, 오징어나 낙지 등 잡다한 재료를 각각 섞어서 별도의 맛을 내는 음식이다. 이를 견줘 그 변호사는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세월호사건 등 13개 탄핵사유 중 각각 하나씩 떼어 투표하는 것이 헌법취지에 적법하다면서, 그 하나, 하나로는 대통령을 파면할 사유가 각각 부족할 것이기에 통으로 묶고 섞어서 일괄처리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제도는 미국에서 도입한 것이기에 미국의 개별처리 사례를 근거로 제기했다. 각각이 투표해 선정된 혐의로만 심판돼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사유만으로 부족할 것 같은 13개가 모여 섞이니, 거대한 범죄의 외관이 차려지고 그래서 국회에서 탄핵가결이 된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헌재는 표결방법에 관한 어떠한 규정이 없으며 국회의 자율적 의결이라는 원인으로 이를 각하했다.

처음엔 형편상 9명의 정원 중 8명이면 어떻고, 또 한명이 퇴임할 당시 시점인 13일 이후의 7명이면 어떤가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변호사의 주장은 이랬다.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각 축인 입법, 사법, 행정각부에서 추천하는 각각의 3명, 총 9명이란 의미의 엄중함을 들었다. 9명이 아니면 각부(各府)에서 동일하게 추천하는 국가의 권력균형이 훼손된다는 것이다. 행정부 수반이면서 국가원수를 파면하는 중대성에 미뤄 보면 그러한 권력 축의 완벽한 구성은 필수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헌재는 이러한 변론을 헌정위기 상황을 방기할 수 없다는 취지로 역시 각하했다.

이외에 법리를 종합해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은 대통령을 파면했다. 파면당한 대통령은 당선 전까지 20여 년간 살던 옛집으로 돌아갔다. 완벽하지 않지만 인류가 발견한 가장 합리적이고 최선의 정치제도가 민주주의다. 그것은 법률로 다스려진다. 진실이 규명되기도 전에, 국민의 법감정에 편승한 일부 언론의 적대적 융단폭격과 쓰나미에 핥인 것 같은 불량판결이라는 불만도 있겠으나 헌법기관인 헌재의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 ‘허울재판’ 같다 해도 법치이기에.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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