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차를 사랑하며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전통차를 사랑하며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3.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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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웰빙의 바람이 일어 사람들의 눈길은 친자연 쪽으로 쏠리고 있다. 매화며 산수유 꽃잎이 흐드러지고 벚꽃과 진달래가 꽃철을 이루려는 이때, 머지않아 새 잎새 움트는 신록의 계절이 올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계절은 자꾸만 앞당겨지고 볕바른 양지쪽에 차잎이 돋아나면 우전(雨前)차잎을 따는 손길이 바빠지리라. 우리의 전통차는 차나무 새순으로 만들어진 녹차가 주종을 이룬다. 녹차는 쓰고, 달고, 신맛, 짠맛, 매운맛으로 인생의 다섯 가지 맛을 지니며 제다법과 만드는 이의 솜씨에 따라 신비한 맛을 내고 그 향기는 정신을 맑게 한다.

녹차는 한갓 기호음료에 그치지 아니하고 오묘한 정신의 영역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발달해온 차문화가 고려시대에 전성기를 이뤘고 이조시대는 억불숭유 정책에 쇠퇴해졌으며 식민지 시절을 거치면서 단절돼 왔지만 그 불씨가 남아 다시금 되살아났다. 1970년대 이후 진주지방에서부터 부흥하기 시작한 차 문화는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 전국에 있는 크고 작은 차회는 몇 백을 넘을 것이다.

근래 차의 효능이 웰빙생활의 일환으로 다시 조명되기 시작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차는 정신이 맑아지고, 성인병을 예방하며 항암작용, 이뇨작용, 피부미용 등 온갖 장점을 지니면서 정신적인 면에서도 수행의 방편이 돼 왔다. 차를 마시면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에 잃어버린 자아를 찾게 되고 선(禪)의 삼매에 들어 차선(茶禪)은 일미(一味) 혹은 일여(一如)라고 선인들은 말해 왔다. 요즘 차생활 붐이 일면서 차회가 많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귀중한 차정신은 잃어버리고 다양한 차법을 만들어 겉치레에 치중하는 일이 많아졌다. 다도라는 이름을 내걸어 놓고 분수에 넘치는 비싼 다기를 장만하고 사치스러운 의상으로 허영에 들뜨는 것은 보기에 민망하다.

우리 조상들은 차 마시는 일에 요란한 법을 정하지 않았다. 부처님 공양법으로 몸을 한없이 낮추고 물 흐르듯 춤추는 듯 자연스럽게 차 마시기를 권해 왔다. 차의 몸이 되는 물과 신이 되는 차를 알맞게 간 맞추어내는 중정(中正)의 사상을 다성(茶聖) 초의선사는 강조하며 차문화정신의 근본으로 삼았다. 중국에서는 정행검덕(精行儉德)을, 일본에서는 화경청적(和敬淸寂)을 근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굳이 값진 다구(茶具)가 아니더라도 알맞게 간 맞추어 차를 우려 마시며 마음의 분수와 건강을 지켜나가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김정희(시조시인·한국시조문학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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