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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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 홀 푸드 마켓
건강 지향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웰빙과 로하스(LOHAS)의 트렌드를 따라 자연 및 유기농 식품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문 슈퍼마켓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홀 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홀 푸드 마켓은 유기농 식품 전문 유통업체로 1980년대에 첫 매장을 연 이래로, 1991년 10개에 불과하던 점포수는 2011년 현재 306개로 늘었다. 매장 수의 증가와 더불어 점포당 매출도 2010년 7.1%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1991년 9200만 달러이던 매출은 2010년에는 90억 달러로 늘어났다. 매년 27%씩 성장한 셈이다. 이는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체 식품시장의 성장률 수준과 비교하면 탁월한 성과다. 주식 시장에서도 1992년 기업 공개 당시 2.13달러이던 주가가 2011년 7월 말 67.2달러로 30배나 올랐다.

홀 푸드 마켓이 이같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건강 지향적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홀 푸드 마켓 자체의 독특한 경영철학과 남다른 경영 노력도 한몫했다. 몇 년 전 크리스마스 때 홀 푸드 마켓의 한 매장에서 결제시스템이 고장 났는데, 고객들은 물건 값을 치르지 못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때 매장 총괄매니저가 나섰다. “우리 잘못으로 불편을 드리고 소중한 시간까지 빼앗았으니 손님들께서 고르신 물건들은 모두 공짜로 가져가십시오. 그럼에도 꼭 물건 값을 치르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그 돈은 자선단체에 기부해주십시오.” 잠깐의 혼란은 순식간에 감동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고객들은 홀 푸드 마켓에 대한 입소문을 냈다. 언론도 홀 푸드 마켓을 ‘고객과 사회를 생각하는 기업’이라 찬사를 보냈다. 홀 푸드 마켓이 손님들에게 받지 않은 물건 값은 약 4000달러였지만, 40만 달러 이상의 홍보효과를 거둔 것이다.

홀 푸드 마켓의 최고경영자 보수는 다른 포춘 500대 기업 최고경영자 평균 연봉보다 훨씬 낮다. 일반적인 미국 대기업의 경우 스톡옵션의 70% 정도를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반면, 홀 푸드 마켓의 임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스톡옵션은 7%에 불과하고 93%는 직원들의 몫이다. 또한 모든 직원의 급여가 공개되고, 고위 경영진의 임금을 평균적인 직원 임금의 19배로 제한한다. 주로 이민자와 소수 민족들로 구성된 홀 푸드 마켓의 직원은 대부분 스톡옵션과 성과급을 받을 뿐 아니라, 매장별로 여러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또한 봉사활동을 위해 연간 20시간 이상 유급휴가를 쓸 수 있다. 이외에 다양한 제도 덕분에 홀 푸드 마켓은 매년 포춘지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리스트’에 선정되고 있고, 또한 지속 가능한 기업 목록에도 이름이 오를 정도로 사회적으로도 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홀 푸드 마켓은 “온전한 식품, 온전한 사람, 온전한 지구(Whole Food, Whole People, Whole Planet)”을 기업 모토로 내세우고, 단순한 식료품 소매업의 역할을 넘어서 사람과 세상을 아우르는 그들만의 비전을 강조하고 있다. 홀 푸드 마켓의 설립자이자 CEO인 존 맥케이(John Mackey)가 2005년 한 토론회에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벌인 논쟁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프리드먼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주주 이익의 극대화”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맥케이는 “사람은 먹지 않으면 살 수 없고, 기업도 이익이 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먹기 위해 사는 게 아니듯이 기업도 이익만 내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고객만족, 직원행복, 지역사회의 지지 없이 단기적 이윤만으로는 기업의 지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또한 “세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의식하는 기업은 존재 자체만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고 말했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Whole Foods & John Mac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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