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 여행이란
[월요단상] 여행이란
  • 경남일보
  • 승인 2017.02.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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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먼 길을 떠나는 여행과도 같다. 여행이란 자기 본디의 모습을 읽으며 하늘에 떠가는 구름이나 물과 같이 조용하고 편안한 삶으로 자연스러운 경지(境地)에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누구나 그러한 걸 느끼기 위해서 여행길에 오른다고 볼 수 있다. 여행이란 인생의 멋이기도 하지만, 여행에서 새로운 눈으로 인생을 보며 또한 자기를 살필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한다.

여행은 자유로우면서도 즐거움을 위해서는 관조자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여행은 순수한 관조자의 세계이기 때문에 즐겁고 자유로움이 먼저여야 한다. 차를 타든 아니면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혹은 걸어가면서 아름다운 경치를 접할 때도, 자유로운 관조의 심정으로 보고 느끼면서 지나가도록 해야 한다. 때로는 상쾌하고 즐거우면서도 허무한 감정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대로 보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여행은 인생과 자연에 대한 조용한 마음으로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거나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는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어떤 대상에 대한 자기만의 견해나 관점과 욕망, 또 득실을 따지고 감정에 공정하지 못한다면 그 대상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감상자도 될 리 없다. 여행에서 사물에 대한 무애자재(無碍自在), 즉 거침없이 자연스럽게 흐르기 위해서는 오직 자연을 바라보고 관조의 정신을 지닌 채 참다운 여행자로서 자기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인생을 젊어지게 하는 것도 사랑과 여행이듯이 좋은 산과 멋진 계곡일수록, 아름다운 풍광일수록 여행은 더욱 절정을 이루지만, 인간은 원래 흙이기 때문에 자연의 고향으로써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나 향수를 느낄 수밖에 없다. 다만 여행에서 끝없는 향수를 경험하게 되는 건 여행 그 자체가 인생의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여행을 통한 경험으로써 그 안에 자신의 마음을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저마다 지상의 나그네로서 비행기를 타고 달리든 열차에 몸을 싣고 달리든 창밖의 경치를 볼 때 뭐라고 형언할 수 없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끼며, 여정의 최고의 정취나 경지에 묻히게 된다. 그렇게 쉼 없이 달리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여행에서 새로운 인생과 새로운 자기만은 꼭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구나 인생의 본 모습에 부딪치기도 하겠지만 편안한 삶으로 구름과 물이 흘러가듯, 여행할 수 있는 여행자의 모습이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수필가 이석기의 월요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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