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푸드트럭’ 알고 보니 ‘푸어트럭’
장밋빛 ‘푸드트럭’ 알고 보니 ‘푸어트럭’
  • 박현영
  • 승인 2017.04.03 18: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내 지자체들 노력에도 업주 폐업 고민
컨트롤타워 부재…지자체·업주 발만동동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서부경남 지역에 푸드트럭을 개점한 A(34)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 겨우 지자체가 지정한 곳에 합법적으로 영업을 시작했지만 입찰 이전보다 벌이가 시원찮기 때문이다.

A씨의 푸드트럭은 입찰 전 불법노점 차량이었다. 뉴욕식 핫도그를 주메뉴로 파는 그는 시민들의 민원이나 행정기관의 단속에 쫓기느니 마음 편히 장사를 하고 싶어 지난해 말 공개입찰을 받아 영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동식으로 지정된 구역이 관공서주변이나 인적이 드문 근린공원 또는 관광지라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 3∼5만원도 벌기 힘들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에게 영업장소 확대를 요구했지만 기존 상인과 주민의 반발이 심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개입찰 전의 1/3도 안 되는 영업실적 때문에 공개입찰을 포기하고 다시 예전상태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 중이다.

다른 푸드트럭 사장들의 고민도 A씨와 다르지 않다. 폐업 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밥벌이가 안돼 영업차량을 매매로 내놓거나 개점휴업상태이다. 특히 계절, 장소 등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사람도 없는 곳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 업주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청년창업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시행된 친 서민 정책이 합법화된 지 3년째를 맞았다.

지난해 전국 푸드트럭의 절반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3일 경남도의 푸드트럭 현황에 따르면 2015년 6월 이후 올 초 현재까지 65대가 허가가 났지만 이 중 62대가 영업 중이고 3대가 폐업했다.

얼핏 보면 3대만이 폐업해 다른 곳은 성업 중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B씨는 “규제 개혁을 통해 손쉽게 운영할 수 있게 적극 행정을 펼쳐 좋은 것만 보고 영업을 시작했지만 막상 해보니 실상은 달랐다”며 “잘 되는 몇 곳을 보며 희망을 갖는데 손님은 오지 않고 준비한 재료는 요리가 되기도 전에 버려지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다른 운영자 C씨는 “미국처럼 타 지역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영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제 정권이 바뀌면 이런 건의조차도 어려울 것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문을 닫지 않고 푸드트럭 영업을 하고 있지만 마지못해 영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다.

경남도는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위해 업주들에 대한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축제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임시 영업증을 내주거나, 저금리로 창업 자금 융자, 지방조례 변경 등으로 업주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차가 까다로워 업주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도내 18개 시군구와 함께 업주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지만 지자체의 조례 변경만으로는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정부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보니 여전히 절차도 복잡하고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재 운영 중인 푸드트럭을 무리하게 늘리기 보다는 업주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잘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현영기자 hyun0@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