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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플러스 <167>합천 산성산큰 바위 능선에 저절로 모여든 기원의 마음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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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6  21: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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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투바위부근 사진촬영포인트에서 좌측으로 본 풍경, 거대한 바위에 소나무가 자라고 멀리에는 산물결이 파도처럼 넘실거린다.


“비가 안와 가뭄이 들면 동네 사람들이 산에 올라가 한바탕 메구를 쳣제, 하늘에 비 좀 내리달라고”

외초마을 어귀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멀리 산마루금에 보이는 바위이름을 묻자 옛날에 마을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냈던 곳’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산성산(741m)은 합천군 쌍백면과 의령군 궁류면 벽계에 걸쳐 있다. 쌍백 일대에 비가 내리지 않아 가뭄이 들면 마을 사람들이 산으로 올라가 기우제를 지냈다. 20여년 전 합천에 큰 가뭄이 들었을 때도 기우제를 지냈다.

산의 형태가 재미있다. 합천방향 외초마을에서 보면 남북으로 누워 있으며 9부 능선쯤에 횡으로 3∼4㎞에 달하는 거대한 암괴가 박혀 있다. 이 암괴의 오른쪽은 일부가 육산에 덮혀 있으나 맨 왼쪽에는 오랜 세월 풍화작용을 거치면서 지상에 많이 노출돼 설악산 공룡능선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기우제를 지내는 바위 동이듬이다.

아마도 수 천년쯤이 지나면 이 산은 중앙 정상부까지 노출돼 여느 암릉 못지않은 거대한 바위산이 되리라는 예상해볼 수 있다.

상투바위는 주능선 중간에 있는 바위로 이 산 최고의 전망대 역할을 한다. 이곳에 서서 남북방향인 좌우를 둘러보면 노출된 기암괴석들이 우뚝우뚝 솟아 거대한 석림을 이룬다. 바위이름이 병풍바위이고 선듬이고 동이듬이고 부처듬이다.

동서방향도 확연하게 차이가 나는데 서쪽은 앞서 말한 바위와 높은 낭떠러지 직벽이며 동쪽은 완만해 적의 침입을 막는 천혜지형의 요새다. 그래서 예부터 벽계산성이 있었다. 현재 성의 흔적은 토성과 석성의 형태로 남아 있고 석성은 허물어져 일부가 남아 있다. 산성주변에는 억새가 넓게 분포해 가을날 옛 선인들의 흔적을 보면서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등산로:쌍백면 내초마을 주차장→아담한 송림→외초마을→큰재만당→굴샘갈림길→굴샘(반환)→동이듬(기우제 바위)→헬기장·억새군락지→산성산 정상→상투바위 전망대→찰비재갈림길→부처듬→내초마을 회귀. 휴식포함 5시간 30분 소요.

 
   
▲ 외초마을 아담한 송림


▲오전 9시 50분, 출발지 내초마을 주차장은 승용차 100여대가 주차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다. 한켠에 마을에서 운영하는 농산물직거래장터건물이 하나 있지만 개점 휴업상태.

산행은 북쪽 외초마을 쪽에서 올라 정상부 주능선을 탄뒤 시계 방향으로 돌아 서쪽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정했다. 정상부 주능선은 육산인데 키작은 소나무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편안한 등산을 할수 있다.

내초마을 주차장을 벗어나면 수령 200년은 돼 보이는 소나무 50여그루가 자라 아담한 송림지대를 이룬다. 예부터 사람들은 마을에 당산나무를 심거나 수림을 조성해 마을보호에 힘썼다. 때로는 당산제를 지내면서 마을의 안녕을 기원했고 때로는 추수가 끝난 가을날 다함께 마을 큰잔치를 열어 화합의 정을 나누었다.

담장에 직접 새겨 놓은 이정표를 따라 30여호 쯤 되는 외초마을을 관통한다. 자칫 송림에서 곧바로 산으로 향하는 등산객이 있는데 정상적인 루트가 아니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완만한 등산로 주변에는 소나무가 주류를 이룬다. 조금 더 오르면 상수리·굴참나무가 더해져 수목의 다양성을 볼수 있다. 등산로 오른쪽은 며느리골이다. 옛날 설움 받은 며느리가 시어머니 몰래 이 계곡에 와서 눈물을 훔쳤을 것이라거나 산나물 뜯으러 간다며 집을 뛰쳐나와 친정어머니를 그리워했던 곳이었으리라는 상상은 가능하다.

오전 10시 35분, 산성산 1.3㎞ 한우산 3.1㎞를 남겨둔 지점 첫 번째 능선인 큰재만당에 닿는다. 오름길을 재촉해 10여분 정도 더 오르면 산불감시초소가 나오고 등산로 밖 50m지점에 있는 굴샘에 당도한다.

굴샘 약수터는 이름 그대로 굴처럼 생긴 몇 개의 큰 바위틈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물이 흘러나온다. 이곳에 들어가면 3월말인데도 얼음이 녹지않고 있어 서늘한 기운이 돈다.

옛날 마을 사람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 음식준비에 필요했던 생명수같은 물을 조달했던 샘터이다. 요즘에는 등산객의 목마름을 해결하는 용도로 바뀌었다.

 
   
▲ 동이듬과 선듬


등산로에 돌아왔을 때 눈 위에 큰바위가 보인다. 높이 30m가 넘는 거대한 바위로 기우제를 지낸 곳이다. 물동이를 엎어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쌍백 사람들은 ‘동이듬’이라 부른다. 다가 갈수 있지만 안전사고 때문에 우회하는 것이 좋다.

이때부터 능선의 헬기장에 올라설 때까지 상당히 드센 비알이다.

헬기장에서부터 산성산(741m)정상까지는 평평한 대지에 억새지대가 펼쳐져 있다. 억새가 흩날리는 초가을에서 늦겨울까지 낭만적이고 서정적인 풍취를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구간이다.

오전 11시 31분, 산성산 정상, 발 아래 들녘이 바로 내려다보인다. 수직 절벽인 탓에 멀지 않은 곳이 쌍책 들녁이다. 마치 무슨 열기구를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가깝게 보인다.

산성산 정상석 옆 억새밭 뒤로 한우산과 자굴산이 다가온다. 또 지리산과 의령의 자굴산과 한우산, 합천 가야산 황매산 악견산 산청의 둔철산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경남 서부지역의 별처럼 반짝이는 보석같은 산들이다.

한우산의 대형풍력발전소가 산의 라인을 따라 설치돼 있는데 여러개 중 1개만이 힘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센바람이 불어서 큰 바람개비를 돌리고 또 전기를 일으키는지, 효율성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이 산 최고의 조망 처인 5∼6m 높이의 상투바위 앞 자연전망대에 닿는다. 촛대바위라고도 부르는데 올라가기엔 위험하다. 좌우에 거대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혹은 석상처럼 도열해있다. 상투바위를 비롯해 동이듬 선듬 병풍바위 장수듬 부처듬이 제각기 특유의 형태를 뽐내고 있다.

빼어난 풍광은 사진촬영 포인트가 된다. 가깝게는 거대한 바위와 그 위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가 조화를 이룬다. 멀리는 올망졸망한 산 실루엣이 배경으로 깔려 사진의 구도를 완성한다. 추가하면 가을날 동이 트거나 해질녘의 색감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오후 1시, 점심을 겸한 휴식 후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찰비재까지는 완만한 내림 길로 좌우에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며 편안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중간 갈림길이 찰비재이다. 이정표는 ‘의령 한우산 2.1㎞’를 가리킨다. 찰비재 동쪽 의령방향에 있는 찰비계곡은 한여름에도 찬비가 내린다는 곳으로 여름철 피서객들이 많이 찾는다. 옛날 아름다운 신랑신부의 혼례에 얽힌 전설을 간직한 각시소와 농소가 있다.

오후 1시 30분, 장수듬과 부처듬을 어울더울 넘어 갈림길에서 하산을 재촉했다. 이 지역에는 너덜겅이 많기 때문에 하산 길에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계곡을 따라 40∼50분정도 더 내려가면 임도에 닿고 내초 1, 2소류지 옆을 따르면 내초마을 주차장이다. 오후 3시 20분.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 산성산 산마루금 왼쪽부근에 노출된 동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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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한 솔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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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의 목을 축여주는 굴샘, 3월말에도 얼음이 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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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산 최고의 전망을 자랑하는 병풍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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