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74)
[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74)
  • 경남일보
  • 승인 2017.03.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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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1 (374)

“소문은 무슨?”

“아냐, 우리 촌년들 기 죽게 했어. 당골네 딸 명잔가하고 너네들 대단해. 성공할려면 서울로 단보따리 싸야 되고, 시집 안가고 독신으로 혼자 살아야 되는 것 땜에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는데. 심심찮게 우리들 부부싸움 시킨 것도 보상해야 돼.”

“본의는 아니다만 사과하라면 사과할게.”

양지도 조금 기분이 풀려 농담으로 받았다. 그런 소리들을 같은 또래들로부터 진작 들었더라면 아픈 살에 연고 바르듯이 고단한 삶에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자의 은근한 칭찬은 또 다른 방향으로 빗나갈 전조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너 이렇게 힘없이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거 확인하는 순간에 다 괜찮아졌어. 내가 이렇게 사는 것도 사실은 너 덕택이거든.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던 너는 승승장구하는데 난 이게 뭐꼬 싶은께 오기가 나서, 나도 죽자코 공부해서 자격증도 따고 꽤 잘나가는 직장도 다닌다.”

그러나 양지는 어느새 느긋하게 피어있는 자신의 미소를 확인했다. 높은 곳에 앉은 수리가 좀벌레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땅 위에서 촐싹거리는 참새를 바라보는 심정이 이러할까. 놀던 물이 있었다. 정자는 얼른 말머리를 돌려 양지의 전신을 상추 뜯듯이 살폈다.

“근데 너 참 어떻게 아픈 거냐? 얼굴색이 안 좋긴 한데, 노처녀 히스테리 아냐?”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담 엄살 떨 거 없다. 치료 방법은 여자 딱지 떼버리고 신나게 살아라.”

“너도 그 소리냐? 자기네는 가족끼리 오손도손 잘도 살면서.”

“그래? 그러고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네. 근데 너 같은 애들은 좀 홀가분하게 다른 줄 알았거든.”

“너 같은 애라니, 내가 어떤데?”

“결혼은 안한 건지 못한 건지. 콧대 높고 잘난 애들은 그리 사는 게 정상인 줄 알았거든.”

“안하기도 했고 못하기도 했고.”

“하하하…. 그래 맞아. 결혼해서 하인 부리듯이 남자를 조종하며 사는 맛도 괜찮긴 하더라. 알각달각 재밌게 사는 부부들 보니까. 난 그래, 여자란 뭐니 뭐니 해도 남자한테 기대고 살 때 편하고 대접도 받는다고 생각해. 내 중고등학교 동창들 중에도 장도리 들고 제 손으로 못 박는 강한 애들 치고 하나 같이 남편이 속 안 썩히는 애 없어. 너도 혹시 소문대로 ‘최강쾌남’이라고 명함 새겼어?”

“최강쾌남?“

”왜 요즘 텔레비전에 나오는 똑똑한 여자들, 저이 아버지 성하고 엄마 성하고 함께 쓰는 게 유행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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