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은 변덕스럽지만 적응을 잘한다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입맛은 변덕스럽지만 적응을 잘한다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4.09 15: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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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섭

충남 공주시 계룡면 거사동마을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살았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등잔불을 사용하고 신작로는 비포장으로 비오는 날이면 차로 인해 흙탕물로 뒤범벅되는 시골이다. 봄이면 소나무 줄기를 벗겨 허기짐을 해결하고, 학교에 가면 깡통 들고 송충이를 잡고, 여름이면 냇가에서 미역 감고, 물고기 잡아 애호박과 땡초 풋고추로 매운탕을, 가을이면 논에서 우렁과 미꾸라지를 잡아 검정고무신에 가득 채워 맨발로 걸어와 부모님께 저녁 반찬 해달라고 보채고, 겨울이면 얼음 깨고, 개구리, 꿩, 토끼를 잡아먹던 그시절 그맛이 아직도 선하다. 그 맛에는 늘 어머님의 손맛이 있었기에 그 추억의 맛이 지금까지 기억되고 있다.

세월이 지나 결혼하고 아내를 맞으면서 입맛이 변해가며 적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다. 결혼 초기 아내가 해주는 음식맛이 어머님께서 해주신 맛과 달라 고생했지만, 결국은 아내의 음식맛에 따라 적응하게 되고, 그 맛이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기억하고 있었던 옛 어머님의 그맛으로 기억하게 된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으로 국방기술품질원이 진주로 이전했던 2014년 5월 어느 날, 사내 직원들과 점심으로 추어탕을 먹기로 했다. 부서원 중에 진주토박이가 있어 ‘추어탕 맛집’으로 안내토록 임무를 주어 예약하고 삼삼오오 기대감으로 추어탕집에 도착했다. 기본으로 나오는 반찬이 진수성찬이었다. 가자미조림, 나물류, 겉절이, 야채, 해물 등 식탁에 음식 놓을 자리가 없도록 차려졌고, 잠시 후 주메뉴인 추어탕이 나왔다. 겉으로 보이는 추어탕은 우리가 먹던 우거지(시래기)를 넣은 것이 아닌 파란 야채가 보이는 추어탕으로 좀 특이하게 보였다.

배고픔에 한수저 가득 입속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생각했던 추어탕이 아닌 냄새로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냄새 원인은 바로 ‘방아’였다. 익숙하지 않은 방아로 추어탕은 실망이었다. 후에 알고 보니 진주에서는 끓이는 탕 종류에 대부분 약방의 감초 같이 빠지지 않는 게 ‘방아’란 걸 그때 알게 됐고, 그 이후로 방아에 익숙하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먹을 수 있는 음식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지나 3년이 되어가는 지금 ‘방아’가 익숙해져 ‘방아’가 없으면 허전한 입맛을 느끼는 진주사람이 됐다. 그래서 ‘입맛은 변덕스럽지만 적응을 잘한다’라고 말하고 싶다.

오광섭(국방기술품질원 시설자산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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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영 2017-04-12 09:33:23
글 잘 읽었습니다. 충남 공주에서 어릴때의 추억부터 경남 진주에서의 추억까지~ 세월의 흐름에 적응하듯이 입맛도 적응하면 그지역의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다는 그런? 깊은 뜻이 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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