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 3491만 원짜리 한 표
안지산(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 3491만 원짜리 한 표
안지산(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4.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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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학기, 대학생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는 아마 ‘패션’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잘 밤에 이불을 덮으며 ‘내일 뭐 입지’를 고민하고 옷 한 벌을 사도 ‘핏’이 잘 서는지를 꼼꼼히 따져본다. 이렇듯 입는 일에는 관심이 많지만 정작 먹고사는 일인 ‘정치’에는 ‘문외한’인 대학생들이 적지 않다.

2012년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20대 투표율은 68.5%였다. 당시 평균 투표율이 75.8%였던 점을 고려하면 20대의 낮은 투표율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세대가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투표에 나설 때 선거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직선거법이 만약 개정돼 투표 나이가 18세로 낮아지면 올해 6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새롭게 포함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청년세대가 던지는 한 표가 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정치의 ‘사각지대’에 있던 청년의 입지도 나아지게 될 것이다.

신학기 캠퍼스, 어색하게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에 헤어지며 가장 많이 내뱉는 말은 아마 “언제 밥 한번 먹자”일 것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그 이후 그들이 서로 만나 밥을 먹는 일은 거의 없다. 선거철 정치인들이 보이는 모습과 딱 들어맞는다. 이들은 ‘밥 약속’을 잡듯 선심성 공약을 나열하지만, 유권자들은 안중에도 없다. 이런 모습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모습이다. 우리가 정치를 불신하면 우리 삶은 바뀔 수 없다. 대학을 흔히 ‘지성의 상아탑’이라 한다. 지성인인 대학생이 사회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엄연한 직무유기이다. 어떤 이슈와 관련해 ‘침묵’하는 것은 잠재적 동조도 거부도 아닌 침묵일 뿐이다. 이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양력으로 4월 5∼6일 무렵은 하늘이 차츰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다. 청명은 예로부터 한 해의 농사를 시작하는 중요한 날로 여겨왔다. 이제 한 해의 농사를 제대로 지어보자. ‘장미 대선’이 한 달 남짓 남았다. 유권자의 한 표 가치가 3491만 원이라는 말이 있다. 참으로 비싼 한 표 아닌가. 이 정도 값어치의 옷을 고르듯이 나의 비싼 한 표를 누구에게 던질지 신중하게 알아보고 또 알아보자. 내게 맞는 옷이 아닐 시 ‘반품’은 어려우니까.
 
안지산(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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