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의 작은 교회 '공소'
우리 곁의 작은 교회 '공소'
  • 김지원
  • 승인 2017.04.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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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지도 '알고자 하거든 공소'를 찾아서
통영 욕지도에 있는 관광사목 욕지공소


부활절을 맞아 섬마을 작은 기도소, 욕지공소를 찾았다. 파도 없이 잔잔한 뱃길을 50분 달려 욕지도에 도착하면 항구 너머로 이색적인 건물이 하나 눈에 띈다. 노란 기둥이 우뚝 솟은 위로 자세히 보면 익숙한 모습의 하얀 석상이 하나 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도 언덕의 그리스도상 같은 모양의 석상이 올려진 노란빛 건물은 성당보다 작은 천주교회인 ‘공소’다.

공소는 조선시대 정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작은 천주교 교회다. 성당처럼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기 때문에 주말이면 신자들이 모여 ‘공소예절’이라고 하는 약식 기도회를 갖는다. 작은 마을 단위의 공소는 신자가 늘어나면서 성당으로 자리잡기도 한다. 경남지역에서 처음 신부가 부임하는 본당이 세웠던 진주도 공소의 규모가 커지고 신자들의 요청이 높아져 신부가 부임하게 되었던 경우였다. 일제강점기 건축물로 등록문화재 제35호로 지정되어 있는 문산성당의 구건물 역시 소촌공소로 시작해 진주 최초의 성당이 되었다. 사람들이 모여사는 규모가 커지고, 이동수단의 발달로 작은 공소가 성당이 되기도 하고 가까운 성당으로 이동하기 편리해지자 공소의 역할이 없어지기도 했다. 경남일대를 관장하고 있는 마산교구에는 모두 51곳의 공소가 남아 있다.

대부분의 평범한 작은 교회형태의 공소와 달리 욕지공소는 관광객의 눈길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통영의 태평본당에서 관리하는 욕지공소는 1991년에 지은 옛 건물이 낡아 2013년 보수공사를 준비하던 중 욕지도가 관광지인 점을 착안 ‘명상과 힐링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이 이뤄졌다. 외벽을 둘러싼 타일은 도유화 작가인 박남이씨의 디자인으로 화려한 변신을 마쳤다. 봄꽃이 다투어 피기 시작한 욕지공소 앞마당에는 신자 두명이 화단을 가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공소 뒤편 튜울립 꽃밭을 따라 예수수난을 묘사하는 14처 역시 타일디자인으로 관광객들의 관심을 끄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조성됐다. 상주하는 성직자가 없는 공소이다보니 공소회장을 두고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살림을 돕고 있다. 욕지공소는 매월 넷째주 주말에 태평본당의 신부가 오후 배로 들어와 2시에 미사를 집전한다.



 
욕지도 충혼탑 옆에는 크고 화려한 동백이 아직 붉은 빛을 뽐내고 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욕지도 출신 주민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욕지도 충혼탑.


TV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 나온 짬뽕집, 할매바리스타의 커피숍, 일제시대 건물유적과 함께 욕지도를 다녀온 관광객들의 인증코스로 등극한 욕지공소. 慾知의 뜻이 ‘알고자 하거든’이라고 한다. 때문에 욕지공소의 벽면에는 ‘알고자 하거든 공소’라는 이름이 타일로 새겨져 있다.



 
욕지도의 뜻을 풀어쓴 공소의 간판 ‘알고자 하거든 공소’


순교자 묘소를 품은 ‘사봉공소’

진주시 사봉면에는 순교자 정찬문 안토니오의 묘소가 있다. 천주교 박해로 인해 1867년 진주감옥에서 숨진 정찬문 안토니오의 묘소는 무두묘로도 알려져 있다. 순교자의 시신을 요구하는 가족들에게 진주감영에서 머리를 내어주지 않아 남은 시신으로만 장례를 지냈어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훗날 순교자의 묘소를 옮기고 정비한 것이 이곳 사봉공소에 위치한 순교자 묘소이다.

마산교구에는 모두 5명의 복자가 있는데 사봉공소의 정찬문 안토니오와 밀양 출신 신석복 마르코, 함안군의 구한선 타대오, 김해시 박대식 빅토리노, 거제 출신 윤봉문 요셉 순교자들로 묘소 등이 남겨져 있다.

김지원 미디어기자 gnnews@gnnews.co.kr



 
진주시 사봉면 사봉공소에 위치한 정찬문 안토니오 순교자의 묘소.
진주 사봉공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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