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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운의 맛이 있는 여행 <74> 전북 남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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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18  21: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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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산수유에 이어 하루가 다르게 아름답게 펼쳐지는 꽃잔치로 깊어만 가는 봄의 향기를 즐기며 섬진강변을 따라 하동 구례를 거쳐 남원골로 들어서, 먼저 지리산 둘레길 01코스(주천~운봉)를 조금 걷는다. 주천의 외평마을과 운봉읍을 잇는 15.7km의 지리산길인데, 이 구간은 지리산 서북 능선을 조망하며 해발 500m의 운봉고원의 너른 들과 6개의 마을을 잇는 옛길과 제방길로 구성되고, 솔정지와 구룡치를 잇는 내송~회덕까지 4.2km의 옛길은 길 폭도 넉넉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도 솔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돌아오며 구룡폭포를 구경하고 지리산국립공원 구룡탐방지원센터 근처의 춘향묘도 둘러봤다. 춘향묘는 1962년 현 위치에서 성옥녀지묘라 새겨진 지석을 발견하여 묘역을 단장했다고 하며, 1995년 정비작업을 하여 현재의 규모로 되었는데 실존인물이 아닌 만큼 이 무덤은 시신이 있는 진짜 무덤은 아니지만, 입구에 春香墓라 쓰인 표지석이 있고 3단으로 구성된 100여개의 계단을 오르면 커다란 봉분을 갖춘 무덤이 있다. 무덤 앞에는 만고열녀 성춘향지묘라고 쓴 비석 망주석 상석이 있으며 춘향묘 앞으로는 육모정이 있고 그 아래로 맑디맑은 구룡계곡이 흐른다.

9마리의 용이 놀았다는 전설이 있는 구룡계곡의 육모정을 뒤로하고, 춘향전의 배경인 광한루를 찾았다. 광한루는 우리 선조들이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을 닮고자 하는 생각을 표현해낸 공간으로, 신선이 사는 이상향을 지상에 건설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늘나라 월궁을 광한루라 하였고, 그 아래 천상의 은하수를 상징하는 호수와 오작교를 놓았으며, 신선들이 산다는 전설속의 삼신산을 연못 가운데 조성하여 전체적인 구성이 천체우주를 상징한다.

광한루 맞은편에는 춘향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 공간인 춘향테마파크가 있는데, 이곳은 문화관광부가 지원하는 관광 비전21사업에 채택되어 관광지로 조성되었으며, 춘향의 일대기를 다섯 마당으로 나누어 만남의 장, 맹약의 장, 사랑과 이별의 장, 시련의 장, 축제의 장으로 구분하여 공원을 조성하였다. 광한루에서 놀던 선녀들이 새벽닭이 울 무렵 승천하던 곳이었다는 전설이 서려, 달에 오르는 길목이라는 뜻을 담은 승월대에서 비롯된 승월교에 올라 요천을 가로지르며, 시가지를 조망하고 다리 위의 다양한 테마가 있는 밀랍들을 만나며 걷는 시간은 마치 구름 속을 걷는 듯하다.

 
   
 


밤이면 아름답게 펼쳐지는 무지개분수와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휘황찬란한 조명도 함께 즐길 생각만 해도 과연 광한청허부를 이곳 남원 지상에 건설할 마음을 가지게 된 것도 이해가 된다. 소금배가 다니던 요천을 복원하고 그 위로 섶다리를 놓아 새로운 통로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다리 입구에는 솟대까지 설치하여 여러 종류의 새들이 모여들어 포토존으로도 인기가 높다.

너무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서서인지 벌써 시장기가 밀려온다. 남원에 사는 벗을 찾아 맛있는 밥 한 그릇 함께 먹자고 하니 추어탕이 유명한 향토식당으로 안내했다. 남원에서 이집 저집의 추어탕을 먹어보았지만 향토식당처럼 개운하면서 진한 맛을 내는 추어탕은 처음이다. 남원은 지리산 북쪽 끝자락에 위치하면서 섬진강을 끼고 있어서, 미꾸라지가 서식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추어탕이 음식으로 발달된 것 같은데, 섬진강 지류의 추어와 운봉고랭지의 토란대나 시래기에 들깻가루가 들어간 추어탕은 고소하고 진한 맛이 얼큰하면서 일품이다. 다른 첨가물을 넣지 않아 담백하고 순수한 추어 맛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추어탕을 맛보고 만인의 총으로 향한다.

 
   
 
   
 


만인의 총은 임진왜란의 패인이 전라도 지방을 점령하지 못한 탓이라고 여긴 왜군이 정유재란을 일으켜 전라도 지방을 점령한 뒤 북진할 전략을 세워, 선조 30년 7월 말 11만 명을 우군은 황석산성으로, 좌군은 남원으로 진격시켰는데, 8월 7일 왜군의 선봉대가 나타나 13일 왜군의 주력군이 남원성을 포위하여 공격하였다. 이에 14~15일 이틀 동안 민·관·군이 합심하여 싸웠으나 16일 남원성은 함락되었고, 이 싸움에서 남원부사 임현, 구례현감 이원춘 등이 전사하는 외에 왜군에게 학살된 민·관·군의 수는 거의 1만여 명에 달하였기에, 전쟁이 끝난 뒤 이들의 시신을 한 곳에 묻고 충렬사를 세워 8명의 충신을 제향한 것을 시작으로 1981년 4월 1일 사적 제272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어디를 가나 역사 속의 일본은 우리에게 노략질을 한 세월이 많아 너무 밉지만, 어떻게 하면 그들이 우리의 삶에 보탬이 될 수 있을까를 고심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진정한 우방으로 만들 다짐의 묵념을 올리고 혼물문학관으로 향한다.

혼물문학관은 한국현대문학의 걸작인 최명희의 장편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노봉마을에 조성한 문학관으로, 1981년부터 1996년까지 17년 동안 5부 10권으로 완간된 작품을 바탕으로 작가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주변의 소설 배경이 되는 최씨 종가, 청호저수지, 달맞이 공원, 구서도역 등과 연계하여 문학마을로 조성한 것이다. 유품 전시실에는 작가의 사진과 ‘최명희 혼불’이라 쓴 자필 글씨, 생전에 작가가 사용한 만년필과 잉크병, 작가의 취재 수첩과 자료집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작가의 생전 모습, 수상 경력, 작가로서의 삶, 동아일보에 연재되었을 때부터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지금에 이르기까지 ‘혼불’의 역사가 정리되어 있다.

 
   
 
   
 


국문학을 전공한 선생님과 함께 문화재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소설 속 장면을 입체모형으로 재현한 디오라마(diorama)와 매직비전, 인월댁 베짜기 시설 등을 살펴보면서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혼례식, 강모와 강실 소꿉놀이, 액막이연 날리기, 효원 보름달을 보고 소원을 빌면서 그 정기를 빨아들이는 흡월, 청암부인 장례식, 춘복이 달맞이 장면 등으로 구성된 디오라마에 빠져드니 한나절이 잠깐이다. 우리 풍속의 보고이자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는 혼불에서 겨우 빠져나와 이성계의 업적을 기려 세운 황산대첩비, 가왕 송흥록과 국창 박초월이 살았던 국악의 성지, 흥부가 놀부에게 쫓겨나 유랑 끝에 정착하여 복을 누리고 살았던 흥부마을을 둘러보고는 그냥 보낼 수 없다는 벗의 손에 이끌려 송해와 오리백숙으로 갔다.

예전부터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인 오리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성인병 예방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피부미용에도 좋다는데, 직접 재료를 엄선하여 푸짐하게 만든 오리백숙의 담백한 맛과 매콤한 양념과의 조화가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좋은 벗과 맛있게 먹은 음식 덕분으로 건강을 가득 담아 남원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진주고등학교 교사


가왕송흥록과 국창 박초월생가
 
가왕송흥록과 국창 박초월 석상
 

흥부마을
 
육모정
 

20170311_1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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