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김흥길 교수의 경제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7.04.2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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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 과시하던 장수 CEO 박승복 전 샘표 회장
“업무 약속 등의 시간 엄수를 꼭 지켜주세요./ 거짓말을 하지 마세요./ 상사나 동료에 대한 흉을 보지 마세요./ 의타심을 가지지 마세요./ 출세를 서두르지 마세요./ 물욕을 버리세요./ 부재중 걸려온 전화는 반드시 회신하세요./ 돈을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마세요./ 매사에 최선을 다하세요./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세요.” 얼마 전 향년 95세로 작고한 박승복 샘표식품 회장이 2012년 새해 신입사원 27명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 자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지켜야할 기본 원칙 10가지”를 알려준 것이다.

박회장은 창업주 박규회 회장의 장남으로 1922년 함경남도 함주에서 태어났다. 함흥 공립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산업은행의 전신인 한국 식산은행에서 25년간 근무한 뒤 1965년부터 재무부 기획관리실장,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등을 지냈으며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을 역임했다. 1973년 초대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 역임 시 주민등록번호 제도 도입, 소양강댐 준공, 세종문화회관 설립, 한국 민속촌 민자 유치 건립승인 등 6,70년대 정부의 주요업무를 추진했다. 온화한 성품이나 일에 관해서는 철두철미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소신파로 유명했다. 중재와 갈등 조정력도 빼어나 운용의 묘를 살리는 행정가로도 명성을 날렸다.

1976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선친을 이어 샘표식품 사장으로 취임한 뒤 오늘날 샘표의 기업 가치와 경영철학을 만드는 기반을 다졌다. 특히 ‘내 식구들이 먹지 못하는 음식은 만들지도 말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식품업 본연의 가치인 ‘품질’에 최우선을 뒀다. 세계 최고 품질의 간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1987년 단일 품목 설비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간장 공장을 지었다. 1985년 불법 간장 제조 현장이 방송되면서 문제의 현장이 샘표 쪽이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자 박 회장은 텔레비전에 직접 출연하여 “샘표는 안전합니다. 마음 놓고 드십시오. 주부님들의 공장 견학을 환영합니다.”라고 말하며 정면 돌파해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도 했다. 정직하게 제품을 만들었기에 자신 있게 정면 승부할 수 있었고, 고객과의 신뢰를 중요시 했기에 꼭 필요했던 일이라고 박 회장은 회고했다. 그 결과 간장하면 샘표를 떠올릴 정도로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는 장수기업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40여 년을 경영 일선에 있었으며, 별세하기 전까지 다양한 사회활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다. 또한 19년간 한국상장회사협의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외환위기 이후 투명경영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앞장 서 시장 발전에 공헌했으며, 10여 년간 한국식품공업협회 회장으로 재직하며 우리나라 식품산업 발전에도 큰 기여했다. 이 외에도 중소기업을 벗어난 중견기업들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설립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을 23년간 역임하며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과 기업윤리의 확립에 앞장섰다. 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부회장,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 회장, 국무총리실 동우회 회장으로 일하며 나눔의 경영을 실천해 왔다. 이와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금탑산업훈장, 국민훈장 목련장,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상, 한국의 경영자상,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상했다.

2009년 펴낸 회고록 ‘장수경영의 지혜’를 통해 원칙을 지키니 두려울 것이 없고, 건강하니 어떤 것도 거칠 것이 없다고 밝혔듯이 박 회장은 온화한 성품이면서도 원리원칙을 지키는 데는 철저했다. 박 회장은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구내식당에서 직원들과 함께 식사하며 대화를 나누고 매 분기마다 전 직원 앞에서 회사 경영현황을 설명하며 직원들과 신뢰를 쌓아갔다. 노조 설립을 먼저 권유한 것도 박 회장이다. 이 같은 신뢰로 샘표에서는 단 한차례의 노사분규가 없었다. 박 회장은 평소 근검절약도 몸소 실천했다. 달력 뒷면과 이면지를 활용해 메모지로 이용했으며 본인이 타던 10년 된 자동차를 장남인 박진선 사장에게 물려줘 40만㎞를 타고서야 바꿨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경상대학교 경영학과

 
박승복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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