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보수우파의 위기와 재건
이홍구(창원총국장)
[경일시론] 보수우파의 위기와 재건
이홍구(창원총국장)
  • 이홍구
  • 승인 2017.04.30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보수우파 내부에는 하나의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 그 유령은 차악(次惡)선택론, 사표 방지론, 보수-중도 연대론 등 다양한 외피를 둘러쓰고 있지만 그 본질은 하나다. 바로 보수우파를 자살로 이끄는 자멸적 정치공학이다. 패배, 투항, 분열, 청산주의의 또 다른 이름에 불과하다. 당장 시급한 것은 처절한 반성을 통해 보수우파의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헛된 기대에 사로잡혀 남의 진영을 기웃거리거나 스스로 무장해체한 세력에게 미래의 희망은 없다.

대선을 불과 1주일여 남겨놓고도 우파진영은 분열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서로 적개심을 키우며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1987년 직선제 개헌이후 6번의 대선이 치르졌지만 이번 선거처럼 보수가 열세였던 적은 없었다. 보수우파 지도부, 특히 보수정당은 4.13 총선과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무능하고 부패하고 기회주의적인 맨 얼굴을 드러냈다. 자기희생, 도덕성이란 덕목은 실종됐다. 보수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어려운 ‘가짜 보수’의 벌거벗은 모습에 국민은 등을 돌리고 있다.

보수우파의 위기는 바깥이 아니라 내부에서 잉태됐다. 비겁과 오만이라는 자양분을 먹고 세력을 키웠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관통한 것은 실용성으로 포장한 탈이념적 포퓰리즘이다.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실용주의 노선을 취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출범초기 ‘경제민주화’가 정책기조였다. 하지만 동반성장도, 경제민주화도 진보정책의 어설픈 모방에 그쳤다. 그 기저에는 ‘인기영합주의’라는 비겁한 심리가 깔려있다. 그 와중에 여당 정치인은 개혁적 보수, 진보적 보수라는 수사로 자신을 분칠하기 바빴다. 심지어 우파정당의 간판 뒤에 숨어 ‘좌파 코스프레’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반체제, 반시장세력에 맞서 자유, 민주, 시장의 이념적 지평을 확장하기보단 계파보스에 충성하며 사익을 챙겼다. 이념보다 사리사욕을 택한 이들이 위기의 순간 사분오열 쪼개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보수우파의 자생적 위기는 ‘적대적 공생’ 관계의 의존성도 한몫 했다. 87민주화 체제 이후 우파는 보수이념의 확장성과 구체성을 고민하기보다는 안보와 지역적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뒀다. 영남-호남, 반공-친북, 재벌-노조의 양분법은 좌-우파 서로의 패권을 강화하는 적대적 공생관계의 의존성을 심화시켰다. 이런 퇴행적 진영논리에 따라 영남권 보수유권자는 그동안 ‘표찍는 기계’ 취급받았다.

현 단계 한국 보수우파의 최대 과제는 치열한 반성위에 자유주의 가치를 확고히 정립하는 것이다. 더 이상 이념의 무정부상태에서 좌파와 적대적 공생관계에 매몰될 수는 없다. 보수우파의 가치이념인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을 올 곧게 세워내야 한다. 보수우파는 자유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자유시장경제를 통해 조국번영의 초석을 놓았다. 그 과정은 피와 땀, 헌신과 노력의 처절한 역사였다. 헌법적 질서에 기초한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은 포기할 수 없는 보수의 미래가치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보수우파가 새롭게 탄생하는 부활의 장이 되어야 한다. ‘나는 보수다’라고 선언하는 것이 더 이상 부끄러워서는 안된다. ‘누굴 찍으면 누가 된다’는 눈앞의 정치공학에 현혹되지 말고 힘들고 고통스러워도 정공법으로 가야한다. 보수우파는 지금 역사적 출발선에 섰다. 자유의 깃발을 다시 세우자.
 
이홍구(창원총국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