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칼럼]안단테의 삶
안지산(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대학생칼럼]안단테의 삶
안지산(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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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 사이에서 ‘중간고사’라는 꽃말을 가진 올 봄의 그 벚꽃들도 분홍빛을 자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봄비에 흩날려갔다. 해마다 오는 봄 손님이지만 무엇이 급한지 그렇게 빨리 떠나가는 데에 아쉬움을 표할 길이 없다. 무엇이든 ‘빠르게’ 처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여서 이리도 빨리 진 것일까.

성과를 중시하며 경쟁을 통한 순위 매기기에 급급한 우리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마장의 말처럼 길러졌다.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IT 강국임에도 스마트폰 속 더딘 로딩 화면을 지켜보며 고구마를 입안 가득 넣은 것 같은 답답함에 온몸을 뒤튼다. 이런 세상에 ‘느림’은 곧 단점이자 패배의 원흉이 되고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게 됐다. 그러나 우화 ‘거북이와 토끼’에선 달랐다. ‘빠름’과 ‘느림’이 경주의 승패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게으름’이 승부를 갈랐다. 느린 사람은 느긋하게 장거리 경주를 하면 되고, 빠른 사람은 단거리 경주를 하면 된다. 빠른 것이 능사만은 아니다. 각자의 속도가 있는 법이다. 성급함은 실수를 동반하여 오히려 더 먼 길로 돌아가게 만들 수도 있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탓에 ‘N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은 자신의 수저 색깔이 ‘금색’이 아닌 이상 불투명한 미래에 항상 조바심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더욱 경쟁에 몰입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혹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회 진입장벽에 부딪히면 망연자실하고 만다. 의학 발달로 100세 시대가 도래한 현재 20대의 수명을 24시간으로 미뤄보았을 때, 그들의 시간은 오전 6시와 8시 사이를 지나고 있다. 아침 해를 맞아 졸린 눈을 슬며시 뜬 이들도 있는 반면, 조금 더 달콤한 잠을 청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아침부터 대단한 무언가를 이룰 순 없다. 그러므로 자신에게 가혹한 채찍질을 멈추자.

봄에 간절히 바라던 무언가를 달성하지 못한 채 여름을 맞이했다고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누구는 5월에 피는 장미일수도 있다. 각자 자기의 계절이 있기 마련이다. 주나라의 재상으로 후대에 추앙받는 강태공도 강물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다가 여든의 나이에 뜻을 이뤘다. 지금 무언가를 성취하고자 조급해하지 말자. 달이 차오를 때, 그때 가면 된다.
 
안지산(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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