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추경, 이제 책장을 넘길 때
서정인(진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특별기고]추경, 이제 책장을 넘길 때
서정인(진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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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진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진주시의 추경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인기 시의장은 “예산심사에 100%는 없다, 부족한 점도 있었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를 수차례 얘기했다. 전번 예산심사 직후 이창희 진주시장은 추경을 하지 않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위에서 국가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규정을 들어 의회의 사과 내지는 공식적인 입장을 추경의 명분으로 요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무리한 요구다. 의회에서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까지 해온 관례대로 그냥 추경을 하면 된다. 추경을 해 온다면 의회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전향적으로 심사를 하면 될 것이다. 마음을 모아야 할 때 진정 추경을 위한다면 인근 사람들은 말을 아껴야 할 것이다.

‘실정법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을 때 이 부정의한 내용의 법은 정의에게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 ‘악법도 법이다’며 독배를 마신 소크라테스 이후 법과 정의의 관계에 대해서 가장 명확한 결론이며, 뒷날 논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기에 학자 이름을 붙여 ‘라드부르흐 공식’이라고 하는 법 이론이다. 이 공식을 대입해보면 “정당한 절차에 의한 적법한 예산심사는 비록 그 내용이 정의에 위반된다 해도 우선적으로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그 심사내용의 정의에 대한 위반이 ‘참을 수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정의롭지 못한 예산심사는 정의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어야 한다”로 해석이 가능하다.

집행부에서 보면 오늘날 이 삭감정국이 정말 ‘참을 수 없는 정도’로 정의롭지 못하다 할 것이고, 그렇다고 한다면 저번 예산심사 자체 스스로 이미 추경편성 요건이 내재돼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마디로 추경에 더 이상의 조건은 불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예산은 정책이다’라는 말이 있다. 예산심사는 결국 정책심사다. 우리 동네에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 중간에 산책용 다리를 놓고 있다. 속에 들어가보면 다리를 놓자는 사람, 자연은 자연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는 사람, 찬성 이유가 10가지면 반대 이유도 10가지가 된다. 예산심사는 이러한 정책을 심사하는 것이기에 보는 각도에 따라 시각이 다를 수도 있고 말들이 많을 수도 있다.

비전문가인 의원들이 3~4일 그 짧은 기간에 세목 8000개를 심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도 차례가 아니었는데 위원장이라는 책임 때문에 예결특위에 들어가게 됐다. 어쨌거나 시민의 주머니를 지키는 것은 의회의 존재이유이며 숭고한 의무다. 시민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은 집행부와 의회와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예산이 삭감된 85건도 마찬가지다. 심사 잘못 아니면 편성 잘못이다. 결국 의회 아니면 집행부 잘못이라는 뜻이다. 급한 것은 빨리 시중에 돈을 푸는 일. 가뜩이나 어려운데 100억에 가까운 돈을 금고에 쌓아둘 수는 없다.

이창희 시장은 방송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덕의 소치다. 경제가 어려우니 선심성 예산이라도 통과시켜 달라.” 이제 의회에서 고민할 차례다. 그리고 미래를 향해 책장을 넘길 때다. 집행부는 즉각 조건 없이 추경을 편성하기 바란다.
 
서정인(진주시의회 경제도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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