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변하는 경남, 홍 득표 37.2%
표심 변하는 경남, 홍 득표 37.2%
  • 강진성·박성민·정희성기자
  • 승인 2017.05.10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4 도지사 선거 58.8% 비해 한참 저조
그래픽=박현영기자
 
제19대 대선에서 경남은 대구·경북과 함께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가장 많은 표를 줬다. 홍 후보의 경남 득표율은 37.2%(79만491표)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36.7%(77만9731표)보다 0.5%p 앞서며 가까스로 1위를 기록했다.

홍 후보는 경남도지사를 지냈던만큼 최다득표라는 체면은 살렸지만 과거와 비교하면 상처투성이다.

경남은 전통적인 보수텃밭으로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에 과반 이상의 지지를 보내왔다. 더군다나 홍 후보는 경남지사를 지내다 출마한만큼 압도적인 득표를 자신했다. 탄핵정국으로 한국당 입지가 예전만 못하지만 텃밭과 도지사 현역 프리미엄을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었다.

◇무너진 지지율=홍 후보의 이번 대선 득표율을 뜯어보면 사실상 패배한 1위다.

홍 후보는 지난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도지사 후보로 나와 58.8%를 득표했다.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36.0%)를 22%p나 앞서며 여유있게 따돌렸다. 강병기 통합진보당 후보는 5.0%였다. 홍 후보는 김두관 지사 사퇴로 치른 2012년 도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2년 만에 재선에 가뿐히 성공했다.

당시 당내 경선과정에서 박완수 후보와 치열한 다툼을 벌였지만 서부대개발 등 미래먹거리 공약을 내걸며 재선에 성공, ‘정치 9단’의 면모를 보였다. 앞서 보궐임기 2년 간 논란은 있었지만 진주의료원 폐쇄와 강성발언을 이어가며 ‘추진력’있는 지사 이미지를 굳혔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3년 전 자신이 받은 경남 득표보다 21.6%p나 낮았다. 경남이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63.1%를 몰아줬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득표는 참패 수준이다.

◇탄핵정국·도정 심판 작용=20%이상 낮아진 홍 후보의 득표는 탄핵정국으로 인한 새누리 심판과 홍준표 도정에 대한 심판이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최순실게이트로 위기에 몰리자 당명을 바꾸고 홍 후보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PK와 TK에서 바람을 일으킬 복안이었다. 하지만 PK의 민심은 싸늘했다. 탈당파로 이뤄진 바른정당 의원이 다수 포진된 것도 부담이었다. 대선 막판 탈당파를 복귀시켰지만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였다. 일선 선거운동원들이 유승민 후보를 응원하다 하루아침에 홍 후보로 바뀌면서 혼선도 컸다.

홍준표 도정에 대한 심판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 후보는 임기내내 진보진영과 부딪히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2015년 경남교육청 급식 감사 추진에 이어 무상급식을 중단하면서 진보교육감과 날을 세웠다. 이후 주민소환 대상이 되면서 1년가까이 잡음을 일으켰다. 이과정에서 주민소환본부를 향해 ‘배은망덕’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막말을 쏟아냈다.

무상급식 중단 결정 직후 미국 출장에서 ‘황제골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6년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추진당시 개입한 홍 후보 측근인사들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다.

2015년 4월에 터진 ‘성완종 리스트’ 논란도 컸다.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 수수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민심은 싸늘해졌다. 1심 유죄에 이어 2심에서 무죄가 났지만 대법원 판결을 남겨 놓고 있다.

특히 홍 후보는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구설수에 올랐다. 또 대선 기간 각종 막말로 인해 표심에 변화가 생겼다.

홍 후보에 대한 정치 피로도는 대거 표심 이탈로 나타났다. 경남은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각각 13.3%, 6.7%의 지지를 보냈다. 두 후보 지지율을 합치면 홍 후보가 지난 도지사 선거에서 잃어버린 20%와 거의 일치한다.

자유한국당 소속 한 시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으로 보수민심이 굳게 닫혔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보수표심을 많이 설득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안철수와 유승민 후보에게 표가 분산된 것이 가장 컸다”며 “홍 후보가 도지사 시절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젊은 주부들 사이에 ‘반(反)홍준표 정서’가 심했던 것도 낮은 득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보수·진보 표심변화 큰 변화 없어=이번 대선에서 경남은 보수·진보의 표심 변화가 크게 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유권자와 노동계 표심이 많은 창원 의창·성산·진해구, 김해, 양산과 문 후보의 고향인 거제를 제외하면 모든 시군에서 홍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중도성향의 안철수 후보와 새 보수 가치를 내세운 유승민 후보 득표를 합친 20%는 보수성향 표심의 이동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를 향한 표심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당의 도내 지지기반이 약한데다 바른정당은 경남 의원들이 모두 탈당해 원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문 후보의 득표 추이를 보면 보수·진보 구도에 변화가 없음이 확연해 진다. 문 후보는 2012년 제18대 대선 당시 36.3%를 득표했다. 19대 대선 득표 36.7%와 비교해도 변화가 없다. 앞서 2014년 도지사 선거에서는 문 후보의 최측근인 김경수 후보가 나서 36.0%를 득표했다. 지난 5년간 치러진 두 번의 대선과 한 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의 득표는 동일했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패배 원인으로 경남의 열세가 컸다고 보고 각종 경남 공약을 내걸었지만 민심 돌리기는 실패했다.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진주는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에 31.8%를 지지했지만 이번엔 33.4%로 2%p가까이 올랐다. 혁신도시 등 인구유입과 서부경남 발전 공약이 작은 변화를 줬다.

거제는 18대 44.0%에서 19대 45.7%로 가장 많은 표를 주며 문 후보의 고향 체면을 살렸다.

강진성·박성민·정희성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