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도 무의미도 없다. 오직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갈 뿐.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는가. 대원사 계곡 바위 틈에 뿌리를 내린 철쭉이 꽃까지 피웠다. 풀씨도 아닌 열매가 어떻게 옮겨 갔을까. 흙 한 줌 없는 저 척박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치고 진홍빛 꽃도 피웠다. 변화무쌍한 눈보라 속에서 얼마나 부대꼈을까. 먼지와 바위부스러기, 그리고 수분밖에 없는데 감탄을 지나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그리고 보면 나는 많을 것을 가졌다. 가족도, 집도, 차도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그런데 가슴이 아린다, 저 꽃을 보면. 크리스토퍼 로그의 말처럼 우린 ‘벼랑 끝’ 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