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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시종여일(始終如一), 결코 쉽지 않지만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사회복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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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6  16: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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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선거를 치르고 당선되면, 한 사람과 한 표가 뼈저린 간절함으로 고스란히 가슴에 담긴다. 유권자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자는 다짐을 되뇌이고, 어떤 부당한 유혹도 이겨내도록 마음의 한켠에, 사무실 중앙에 ‘초심을 지키자’는 경구를 붙이기도 한다. 두 손으로 악수하고, 90도에 가깝도록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엷은 미소를 디자인한 것처럼 만면에 가득 담는다. 내편이었는지, 상대편이었는지 모르지만 실체 없는 국민과 유권자 칭호를 달고 다닌다. 거기에 헌신과 봉사라는 수식어를 자연스럽게 갖다 붙인다. 승리한 사람이 가질 인지상정의 당연지사다.

그러다가 임기가 시작되고 부임인지, 취임인지 선량(選良)으로써의 일을 시작한다. 선거전의 일상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실용적인 차량을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자신만의 활동범위, 동선이 노출되는 불편함을 가질 때가 생긴다. 대기업인 자동차회사에서는 그냥 공짜로 주기 그러니, 기상천외한 명분을 붙여 경차수준의 비용으로 대형 고급승용차 구입을 제안하기도 한다. 처음에 당연히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경각심이 작용돼 “왜 그러십니까” 정도로 거절한다. 하지만 보험차원의 기업영업 활동이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종국적으로는 “그럼 그래 볼까”하고 슬그머니 경계심을 스스로 낮추고 받아들인다.

동창회나 향우회 등 친목모임에 참석하면 언제나 헤드테이블 혹은 상석에, 인사말에 적어도 건배사를 우선으로 배정받는다. 기관단체의 공식행사에서는 선량을 못 모셔 환장하는 경우까지 있다. 선거전에 ‘너나’하면서 격의 없던 친구들도 의원님 등으로 불러주는 게 처음엔 어색하다. 또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성도 없이 이름을 부르면 기분이 언짢아진다. 출입하는 건물 방호원들의 경례나 인사가 황송하게 느껴지다가도 금세 양손은 이미 주머니에, 목은 깁스 모드로 목례조차도 거북하게 느낀다. 중앙부처나 정부 산하기관의 청탁이나 압력에 ‘염치불구’를 전제하다가, 몇 번 공식회의 석상 등에서 얼굴을 틀고는 곧장 하수 다루듯 은근한 반말이 입에 묻는다. 좀 비약하고 과장했지만 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목도되는 팔불출 선출직 공무원들의 선거전후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모아본 것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했다. 파격적 소탈 행보가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 친구같은 서민대통령을 지향하면서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소주 한잔을 즐기고 싶다”는 소탈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대측 지지자는 부정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 온 것 같다. 천성보다 습관이 중요하다는 성근습원(性近習遠)의 교훈도 있다. 여기에 성정까지 선량(善良)해 동선과 포부, 진정성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일이다. 처음과 끝을 일관하기란 참 어렵다. 집권초기, 자기관리에 그렇게도 엄격하고 완벽했다는 노무현대통령이 왜 뇌물혐의를 받고 자살했는지 새겨 볼 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라고까지 했다. 상황에 따라 변하며 관행에 순치된다는 인간본성을 찌르는 격언이다. 식판을 든 대통령, 경호원과의 사진촬영, 취재진과의 등산과 같은 소박한 장면이 1면 톱, 헤드라인에 걸리는 뉴스행태가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의 실제적 서민행보를 좁게 만들 수 있다. 경호문제 등으로 계속할 수도, 한다고 좋을 일만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상대, 즉 국민이 불편해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전임자와 철저한 반대행보로 인기를 유지하거나 구가할 대통령이 아닐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사회복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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