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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포럼] 박물관과 벽화로 부활한 삼광청주공장
전점석(창원YMCA 명예총장)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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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8  15: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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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그마한 벽돌 한 개를 보관하고 있다.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벽돌이긴 하지만 나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마산 중앙동에서 2011년에 진행된 삼광청주공장 철거현장에서 가져왔다. 이 빨간 벽돌을 보면서 일제시대 마산에서 일어났던 식민지의 아픈 모습과 최근 보존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주민들의 안타까움을 생각한다. 마산상공회의소 90년사에 의하면 일제치하의 마산경제에서 청주양조업은 가장 대표적인 산업이었다. 1904년부터 시작된 청주양조는 생산량이 전국 1위였으며 만주와 중국대륙에까지 판매했다. 1910년 한일합방 이전에 설립된 일본인 공장 12개 중에 절반인 6개가 청주공장이었고, 그중 2개가 장군동에 위치해 있었다. 100여년이 지나서 특색 있는 마을만들기 차원에서 으뜸마을추진위원회는 장군동의 삼광청주공장 보존을 위한 성금모금 운동을 추진했고 2011년 8월 29일 동사무소 2층에서는 전문가, 상공인, 시·도의원 등 19명의 자문위원 위촉식이 있었다.

그러나 불과 1개월만인 9월 28일 철거작업이 시작됐다. 안타깝게도 주민들이 나서서 보존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시기에 건축업자에게 건물이 팔렸고 창원시에서는 일부라도 보존하자는 주민 바람을 외면했다. 결국 원만한 합의를 기다려주던 건물주는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 철거했다. 이 사건은 창원지역 근대문화유산 보존운동을 본격화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민간차원에서는 마산역사문화보전회가 만들어졌고, 시의원의 노력으로 근대건조물보전조례가 제정됐고 이에 근거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매년 근대건조물을 지정하고 있다. 한창 철거하고 있을 때 이를 안타깝게 여긴 주민들은 소중한 흔적을 하나씩 주워서 주민센터 앞마당에 모아놓았다. 일제시대에 사용했던 발효술통, 운반용 술통, 철제금고, 상량표지목, 군용지 표지석, 전봇대 등이다. 모두 이 동네의 역사이다. 주민들은 컨테이너박스를 구해 ‘중앙동 문화역사 작은박물관’으로 꾸몄다.

며칠 전, 주택가 담장에 그려진 벽화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중앙동에 들렀다. 소달구지 뒤편에는 삼강주조장(三江酒造場)에서 만든 술상자가 3~4층으로 가득 실려 있고 제일 끝에 걸터앉은 청년은 연신 술을 들이켜고 있다. 소를 몰고 가는 아저씨에게 들킬 염려가 없어서 안심하고 마신다. 선일탁주 시음장에서는 갓을 쓴 어르신이 술을 더 달라고 하자 주모가 입을 삐죽거린다. 지나가던 동네 노인께서 이 담장은 실제로 공동우물이 있던 곳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 막걸리를 실어 나르고 있는 자전거가 바쁘게 움직이는 그림도 있다. 술에 취해서 어깨동무하며 걷는 이들은 손을 흔들면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다. 담장과 담장이 만나는 모서리에는 삼광청주공장 사장집을 중심으로 공장과 창고가 2개의 빨간벽돌 굴뚝과 함께 그려져 있다. 원형 굴뚝에는 칠성주조장(七星酒造場), 4각형 굴뚝에는 삼광청주(三光淸酒)라고 선명하게 적혀 있다.

6년 전에 철거된 이 동네 모습을 바로 건너편 담장에 벽화로 고스란히 부활시켜 놓은 것이다. 4년 전부터 주민센터에서 진행한 민화교실 수료생들이 매년 벽화작업을 해 왔는데, 지난 8월에는 일제시대에 있었던 청주공장 주변에 민화벽화거리 조성사업을 하면서 술도가 골목을 조성한 것이다. 중앙남 7길 16~75, 총길이 100m가량으로 그려져 있다. 2개월 정도 걸렸는데 비가 오면 담장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으뜸마을추진위원장의 부인이 민화를 전공한 화가이다. 앞장서서 주민들과 함께 진행했다. 담장을 흔쾌히 내놓은 주민들도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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