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세계가 인정한 의령 전통한지 계승 보존해야
[현장칼럼] 세계가 인정한 의령 전통한지 계승 보존해야
  • 박수상
  • 승인 2017.05.26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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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상(북부지역본부장)
천년을 견디는 전통 한지야말로 대한민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선조들이 물려준 한지 기술은 마땅히 후대에 계승하여 보존해야 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최근 의령 전통한지가 이탈리아 등 세계서도 손꼽히는 국제 문화유산의 원형 복원을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품질 우수성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령 전통한지의 유래는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령군 봉수면 서득리에서 만들어지는 의령 한지는 고려시대 봉수면 소재 국사봉 중턱에 자리한 대동사라는 큰 절의 주지스님이 야생 닥나무 껍질을 가공해 얻은 섬유질로 만들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후 봉수면을 비롯한 인근 지역으로 전파돼 대량으로 생산됐고 지역 특산물이 됐다.

조선시대는 진상품으로 올려졌을 만큼 유명세를 타고 중국에까지 수출되면서 봉수, 인근 신반 등지가 전국적인 종이 고장으로 알려졌다. 종이의 고장답게 한 때는 서울 등 큰 도시 유명 지물포를 운영해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대부분 신반을 비롯한 의령사람이 차지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산업화가 가속화되고 종이시장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한지 생산에 몸담았든 수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고 지금은 몇 안되는 사람이 남아 겨우 전통한지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외국에서 천 년 전통 한지의 진가를 엿볼 수 있게 돼 다행스럽고 환영할 일이다. 평생을 의령 전통한지 생산에 몸바쳐온 신현세 장인의 공방에서 제작한 의령 전통 한지가 지난해 연말 이탈리아 문화재를 복원하는데 활용된 것이다. 카톨릭의 성인 성 프란치스코의 친필 기도문을 담은 귀중한 유물인 ‘카르툴라’ 손상부위를 한지 매개로 보강해 원형을 되살리는 서양유물 복원 첫 사례로 기록돼 국제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켜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권위의 이탈리아 복원기관 도서병리학연구소가 의령 한지의 우수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의령 한지가 800년 전 서양유물의 원형을 그대로 복원했다는 사실은 외국 언론 역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다 이달 초 두 번째로 카톨릭교회의 대변혁을 이끈 교황 요한 23세의 대형 지구본이 역시 우리의 전통 한지를 이용해 원형을 되찾았다. 이 지구본은 제작 된지 50여 년이 지나면서 표면이 심하게 훼손된데다 원형으로 돼 있어 복원에 어려움을 겪던 중에 장력이 우수하고 곡선면에서도 주름이 잡히지 않는 의령 한지를 활용해 옛 모습을 복원하는데 성공했다. 카톨릭 역사에 있어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원형 복원 지구본은 현재 이탈리아 교황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의령 한지는 이처럼 까다로운 서양 유물의 복원 등에 힘입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국내서도 국립중앙박물관 등 9개 박물관과 서울대규장각한국학 등 연구원을 비롯해 문화재보존학과 등 18개 기관에 납품하고는 있지만 문화유산의 중요 가치와 명성에 비해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자치단체도 한지생산기술의 맥을 잇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매년 의령한지·병풍축제를 열고 전통한지 전시관,체험학습관 등을 운영하고는 있지만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의령 한지 등 천 년을 견뎌온 세계적 복원력을 인정받은 전통 수제한지에 대한 국가차원의 지원대책이 뒤따라야만 한국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계승 보존이 가능할 것이다.

박수상(북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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