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농업과 농업인의 현주소
조옥래(진주동부농업협동조합장)
[특별기고] 한국농업과 농업인의 현주소
조옥래(진주동부농업협동조합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5.31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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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래(진주동부농업협동조합장)

 

지금 우리나라는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행정부가 새로운 진영을 갖춰가고 있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 신문·방송 등 언론에는 일자리 창출, 경제살리기, 비정규직 철폐 등 새 대통령의 공약 추진상황이 연일 보도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부풀고 있다. ‘이제 서민들도 잘살 수 있겠구나’하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렇지만 농업인의 한사람으로서 농업이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공약사업 중에서 농업에 대한 공약은 아예 빠져버린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빈약하다. 물론 많은 표를 얻어야 당선되는 선거구조이니까 인구가 줄어든 농촌이 상대적으로 홀대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농업의 가치까지 무시해선 안된다고 본다. 신문·방송은 FTA(자유무역협정)가 체결돼 농산물 시장 개방에 고령화까지 겹친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보도하기보다는 농업을 블루오션이니 6차산업으로 표현하면서 귀농부부가 억대 수익을 올렸다는 것에만 열을 올리는 게 현실이다. 신문·방송이 거짓 보도를 하지는 않았겠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보도다.

진주지역은 시설원예가 발달한 지역으로 농가소득이 전국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보면 다르다. 농산물 가격은 수년째 뒷걸음 내지는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농약·비료·종자 가격과 운송료 등은 하루가 멀다고 오르고 있다. 농사를 지어도 손에 쥐는 수입이 없게 된 지 오래다. 그래서 농사를 포기하고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려오곤 한다.

정부는 농업을 살려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한다. 이제 농업은 전통적인 1차산업 형태로는 개방화시대에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유전학, 생명공학, 정보통신기술, 나노 등 첨단산업기술과 접목된 혁신적인 농업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농업 선진국과 세계 일류기업들은 최신 농업기술 개발과 유전공학을 앞세워 농업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다우케미칼과 듀폰은 합병을 통해 거대 농화학기업으로 재탄생해 더 많은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했다. 독일의 바이엘이 세계 최대 종자기업인 몬산토를 인수해 생명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명으로 늘어나면 식량부족으로 곡물가격이 폭등할 것에 대비한 대책도 강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생명산업인 농업을 살리고,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당장 쌀이 남아 돈다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전용해 버리고 나면 정작 식량문제가 생기면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농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농촌에 인구가 줄어 표가 적다고 농업을 국가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서도 안된다. 농업은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생명산업이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더 중시하고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서라도 농토를 보전하고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는 눈여겨봐야 한다.

 

조옥래(진주동부농업협동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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