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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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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1  23:3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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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2 (409)

“저도 대 자연의 섭리나 흐름은 불생 불명이라고 배웠습니다. 제가 전생은 기억하지 못하고 후생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확인은 안 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우주의 섭리란 참 오묘하지요. 그 기반의 흐름은 어머니들의 거룩함이 맥을 이어주고 있으니 생명체의 모성은 그 위대함이 하늘이나 심해에 비교해도 부족하지요.”

“스님, 그런데 세상에 둘도 없이 착하고 선한데도 지독하게 가난하고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로 분명 나쁜 사람인데도 세상 복을 다 누리고 사는 사람도 있는데 착한 사람이 복 받는다는 말이 이해가 안돼요. 단순히 종교적인 사탕일까요?”

“그건 인과응보로 풀어야 해석이 쉽겠지요. 전생을 모르면 이승에서의 삶을 보고 후생을 알고 싶으면 현생을 보라고요.”

“선업을 많이 쌓아야 다음 생에도 사람으로 태어난다는데 제일 어려운 게 인생살인 거 같아요. 마음은 안 그런데 일상에 늘 발목이 잡히거든요.”

“그건 우리 성직자들도 마찬가집니다. 탐진치를 일소하지 못하니 당연히 그렇지요. 제 도반 중에는 나무나 돌로 환생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이도 있어요.”

저쪽 마당에서 아까 마중 나왔던 그 승려가 젖은 빨래를 널고 있는 게 보이는데 바지랑대가 휘어질 정도로 크고 작은 아이들 옷이 많다.

“아까 그 애들 말고 또 다른 아이들도 더 있나봐요?”

“허, 그냥 저냥 거두다 보니 식솔이 꽤 됩니다. 학교 간 애들이 돌아오면 시끌벅적한 놈들 재롱에 부처님 상호가 더 활짝 펴이고요.”

그 말을 듣고 보니 양지는 문득 현태와의 결별을 무릅쓰고 수연을 입양 보내지 않았고, 주영을 어서 데려 오자고 호남을 졸랐던 자신의 뜻이 결코 우연이 아닌 필연의 한 힘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찻잔을 들고 조급증 없는 차분함으로 주승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동안 양지는 올 때 보다 훨씬 정화된 고요함을 자신이 거느리고 있음을 느꼈다.

“스님 제가 들은 말 중에 천둥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어요.”

“오호, 그건 법구경에 나오는 말인데 그런 구절을 이미 알고 있군요.”

“직접 경전을 읽은 게 아니라 하도 많이 들은 말이라서 인용은 더러 하지만 깊은 뜻은 잘 몰라요”

“깊은 뜻은 저도 잘 모르지만, 내 해석으로 그 말은 어떤 화두나 목표를 지향해서 용맹 정진할 때의 마음가짐이라 사료되지요.”

“이즘 와서 저는 왜 꼭 그렇게 해야 되는가 의문이 들 때가 많습니다.”

“우리 불자들도 그렇지만 목표, 즉 화두가 흐려지면 젓가락으로 보리밥 휘젓기로 삶이 혼란해지기 마련입니다.”

“젓가락으로 보리 밥 휘젓기, 표현이 참 재미있어요. 스님, 법문이라면 너무 진지해서 무겁고 어려운 줄 알았는데 듣기 편해서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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