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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청문회를 청문해야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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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17: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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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컨대 이 땅에 의인은 없다. 의인은커녕 청문회를 통과할 사람도 없다. 이미 죽었거나 나이가 들어 공직을 맡을 상황이 아니거나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 숱한 세월을 가다듬어야 할 처지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많은 공직후보자들이 청문회를 거쳤으나 어느 누구 깔끔하게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은 없다. 까도까도 미담만 나온다는 후보는 후에 불륜으로 공직을 떠났고, 인격적으로 흠결이 없던 사람도 종교적 신념으로 공직담당 결격사유가 돼 낙마했다.

절대자 여호와는 퇴폐와 부패가 극에 달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기로 하고 아브라함의 조카 롯을 그 도시에서 떠날 것을 명한다. 그러나 영화를 누리던 롯은 이 땅에 의인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여호와와 흥정을 한다. 의인 10명이 있으면 멸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여호와는 이미 그 도시에 의인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마도 신은 지금 이 땅에서 청문회를 통해 고위공직자를 심사하려는 제도를 비웃고 있을는지 모를 일이다.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숱한 사람들이 낙마했다. 도덕적 흠결과 정치적 소신, 역사관과 가치관, 친인척의 잘못으로 대중적 잣대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상처받고 쌓아온 경험을 한꺼번에 잃고 매도된 사람도 적지 않다. 어차피 지금의 잣대로는 통과될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청문회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이유이다.

그러나 지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은 오히려 고위공직자의 자격을 강화해 난관에 부닥쳐 있다. 엄격한 잣대로는 청문회를 통과한 국무총리도 문제투성이였지만 정치적 배려로 통과됐다고 봐야 한다. 어제부터 시작된 후보자들의 청문회도 시작부터 대통령이 약속한 자격에 미달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은 과연 몇 명이나 낙마할 것이며 여와 야가 협치라는 명분으로 어떻게 흥정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심하게는 과거 지금의 집권당이 야당시절 청문회를 이끌어갔던 행태를 기억하며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세속의 비아냥을 정치권에 쏟아붓고 있다. 청문회는 정권에따라 부매랑이 돼 찌르는 송곳이 된지 오래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청문회장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명패를 던지며 분노했을 때만 해도 청문회는 카타르시스였고 단죄하고 진실을 밝히는 환영받는 제도였다. 이제는 청문회가 국민들에게 끝없이 실망하고 희망을 잃고 절망케하는 고통의 장으로 전락했다. 설사 우여곡절 끝에 청문회를 통과해도 이미 누더기가 돼 존경과 신뢰감을 잃은 공직자가 무슨 소신을 갖고 힘을 쓰겠냐는 절망감만 증폭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집권초기 청문회로 동력을 잃고 때를 놓치는 것을 우리는 보아왔다.

이쯤되면 청문회의 무용론이 나올 법도 하다. 어차피 인류역사 이래 의인은 단 한명도 없었으니 모두가 오십보백보라면 너무 자조적인 비관일까. 차라리 도덕적 검증은 비공개적인 별도의 기구에서 맡고 국회 청문회는 직무에 대한 수행능력과 가치관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생산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 대통령도 5가지 공직취임 불가조건을 솔직히 취소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켜지지 못할 공약이기 때문이고 소모적이기 때문이다. 청문회에 쏟은 에너지를 국민통합과 소통, 협치에 쏟고 국가적 어젠다에 대해 치열하고 뜨거운 격론을 벌인다면 분명 대한민국의 미래는 맑아질 것이다. 청문회를 청문해야 할 시점이다. 강조커니와 지금의 잣대로는 청문회를 통과할 준비된 사람은 이 땅에 단 한명도 없다.
 
변옥윤(객원논설위원·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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