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칼럼]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발걸음 속에서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여성칼럼]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발걸음 속에서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6.0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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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이 됐다. 요즘 보도를 통해 이런저런 소식을 들으면 정부가 바뀐 것을, 그리고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나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아직 새 정부의 내각이 다 꾸려지지 않은 상태임에도 국민과의 소통, 적폐청산에 대한 단호한 의지,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 남녀차별 지역차별 등의 차별을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 등 들려오는 소식들은 우리 사회가 변화의 노정에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전 정부가 구호만으로 강변했던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제야 제대로 이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지난달 말부터 시작한 청문회 또한 이런 변화 속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누가 어떤 자리에 지명됐다는 뉴스가 나오고 나면 그에게 무슨 문제가 있더라 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청문회에서 그에 대한 해명을 하고, 그리고 야당은 ‘결사반대’ 입장을 내는 것까지는 과거와 별로 달라진 바가 없는 풍경이지만, 과거보다는 흠결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 후보자와 그들의 신상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수행능력을 검증하고자 하는 의원들이 늘어난 것은 큰 변화로 느껴진다.

지난 정권의 고위공직자 후보들이 하도 문제가 많았었기에, 현재 후보자들의 문제점에는 ‘살다보면 그런 흠결은 가질 수 있게 되는 것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곧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 심어진 공직 후보자들에 대한 이중잣대가 작동하기 때문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그럼에도 이러한 반성과는 별개로 지금까지 지명된 고위 공직자들의 흠결은 지난 정권의 후보자들에 비해 훨씬 적어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후보자의 흠결이 그의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는 것인가, 그러한 흠결이 후보자가 담당해야 할 업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 또한 사실이며 이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할 일꾼을 제대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후보자 검증의 잣대를 좀 더 현실적이면서도 엄격하고 명료하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정부에서도 그 필요성을 느끼고 구체적인 검증원칙을 만들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지역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그 규칙에 대해 거칠게라도 생각해 보게 된다. 그 규칙은 먼저 후보자의 과거의 삶, 말과 행동이 일반 국민의 상식을 얼마나 침해하고 있는가 하는 것과 둘째는 그 후보자의 삶의 궤적과 생각, 그리고 능력이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 중심이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기준으로 인사 청문회를 지켜본다면 어떤 인물이 경제, 외교, 인권 등 곳곳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지금의 한국사회에 필요한 사람인지 알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규칙을 단지 청문 대상자인 공직후보자뿐만 아니라 청문회를 진행하는 국회의원들에게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그들은 어떤 비전으로, 어떤 잣대로 후보자들에게 질문하고 판단하는지를 보면 후보자의 적격성을 판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모든 공직자에게도 적용해 볼 일이다. 그들이 어떤 비전, 어떤 잣대로 국가와 자신, 국민들을 보는지를 보면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직에 임하고 있는지 드러날 것이다. 이와 같은 인사문제부터 시작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가는 이번 정부의 노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건강하고 상식적인 나라에서 사는 행복함을 계속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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