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안병명
  • 승인 2017.06.2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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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명

함양군의 시설관리공단 설립을 두고 이러쿵저러쿵들 하고 있다. 인구는 격감하고 공무원 수는 늘어나는데도 대군민 서비스는 피부로 느끼는 게 없다. 군은 청렴도 전국 꼴찌를 겨우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두고봐야 한다. 2020함양산삼항노화엑스포의 성공을 위해 사전 사후관리차원에서 필요한 조직이지만 재정자립도 10%의 군이 운영이 잘되는 조직과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지 모르는 조직을 하나로 엮는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민의를 대변하는 의결기관인 함양군의회는 고민을 거듭해야 한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민과 관이 함께 전국 어느 자치단체보다 멋진 조직을 만들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작금의 현실을 떠올리면 신라 48대 경문왕 때의 설화가 생각난다.

신라시대 두건 장인이 궁궐에 불려갔다. 그는 은밀히 임금님의 모자를 만들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경문왕의 귀가 당나귀처럼 길쭉했다. “지금 네가 본 것을 입 밖에 발설하면 네 목숨은 물론 네 가족도 무사치 못하리라”라고 왕은 경고했다. 비밀을 지키려고 마음의 병이 깊어져 죽음에 이르자 그는 아무도 없는 대숲을 찾아 고함을 쳤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실컷 소리 지르고 나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는 죽을 때 편안한 임종을 맞았다. 이후 대나무숲에 바람이 불 때마다 고위 공직자의 비밀이 마구 터져 나왔다고 한다.

함양군에도 대나무 숲을 만들어 비밀을 말하지 못해 참다가 병들어 가는 것보다 속 시원하게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은 말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는 존재다. 특히 하고 싶은 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 함양군민은 하고 싶은 말 하고 사십니까? 혹시 대나무 숲이 없어서 병들어 죽어가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안병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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