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해외출장길에 우리나라 국적기와 외국 항공편을 번갈아 이용했는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비교가 되었다. 얼른 생각하기에도 자국 국적기가 언어나 식사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인기가 높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다.
우선 경제적인 면에서 외국 항공편의 운임이 훨씬 낫다는 것은 이용해 본 사람은 알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는 커다란 차이점 중 하나는 서비스의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이다. 우리 국적기의 경우 탑승부터 착륙까지 너무나도 정형화된 미소와 계획된 절차에 의해 서비스가 진행된다. 그에 비해 외국항공편의 경우는 나이도 많고 연륜이 느껴지는 승무원들이 꽤 많고, 그렇기 때문에 융통성과 어떤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에 있어 능숙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승객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매뉴얼의 지침이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난기류를 만나 기체가 흔들릴 때 우리 국적기는 그 경과되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어도 규정에 의해 승객들의 화장실 출입을 통제하고 작은 이동거리 또한 허락되지 않았던 데에 반하여 얼마 전 이용한 외항선의 경우 통제시간이 길어지자 승객을 위한 부분적인 안전을 조치한 후 급한 볼일을 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원칙을 조금은 벗어났지만 불편함을 찾아 해결하고자 하는 그들과, 반면 원칙을 고수하는 우리의 서비스가 진정성에서는 조금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또한, 자주 여러 가지를 주문하는 승객에게도 우리 국적기의 승무원은 그저 겉으로만 미소를 지어 보이지만 외항기 승무원들은 연륜에서 묻어나는 대처로 승객과의 농담을 건네는 등 보는 이들까지 편하게 한다.
누군가는 우리나라의 서비스가 세계 최고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렇듯 규격화한 것들뿐이라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비단 비행기 내에서 느끼는 점뿐만이 아니라 일반 식당에서도 우리는 쫓기 듯 식사를 하게 되거나 식사 중 진심에서 우러나는 서비스를 받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거의 모든 경우가 생색내기용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떨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정형화 되고 획일적인 기준에 의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이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인간의 근본적인 만족감을 건드려 주는 그런 면은 모든 사회 분야에서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사회의 경제발전과 선진화를 위해 모든 서비스의 절차를 체계화 하는 과정 중에 우리 전통문화와의 괴리가 커짐에 따라 발생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혼밥’이니 ‘혼술’이니 ‘혼족’이 하는 등의 신조어가 늘어나는 사회현상을 보고 듣는다. 이렇듯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개인적이 되어가고, 그러면서 타인의 일에는 무관심하게 되는 것이 현 추세이다. 그렇지만 서비스 산업 부문에 있어서는 손님을 생각하고 정이 있는 우리의 전통을 부가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태형(한국남동발전 차장(ASME·KEPIC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