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에겐 매듭이 필요하다
최현구(교수·농협안성교육원)
[기고] 우리에겐 매듭이 필요하다
최현구(교수·농협안성교육원)
  • 경남일보
  • 승인 2017.06.2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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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구(교수·농협안성교육원)


중국 동부지역에는 ‘모소 대나무’가 자란다. 이 대나무는 심은 후 4년 동안 3cm 내외의 어린 싹 밖에 볼 수 없다. 죽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변화가 없다. 그런데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30cm씩 자란다. 그렇게 해서 6주 만에 15m 이상 성장하여 엄청난 대나무 숲을 이룬다. 얼핏 생각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땅 위에서 자라지 않았을 뿐, 땅 속에서는 끊임없이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모은 것이다.

우리는 오랜기간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별다른 성과가 없어 힘들어 할 때가 있다. 이때는 마치 성장이 멈춘 것 같아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고 있는 일들이 지금 당장 열매를 맺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낙담해서는 안된다. 인내는 미래의 성장과 역경 극복의 원동력이다. 인내심과 자신감을 갖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어느 순간 크게 성장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서둘러 위로만 뻗으려는 경향이 있다. 성장하기에 앞서 튼튼한 뿌리를 깊고 넓게 내리고, 그 뿌리의 힘을 바탕으로 성장해야 한다. 소설가 이철환은 그의 작품 <위로>에서 “네가 진정으로 높이를 갖고 싶다면 깊이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돼. 깊이를 가지면 높이는 저절로 만들어지는 거니까. 하늘로 행군하기 위해서 나무들은 맨손 맨발로 어두운 땅속을 뚫어야 하거든. 깊이가 없는 높이는 높이가 아니야. 깊이가 없는 높이는 바람에 금세 쓰러지니까” 라고 했다.

대나무는 아무리 심한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그것은 중간 중간 ‘매듭’을 짓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마디’를 형성하는 매듭을 지으며 자란다. 만일 매듭이 없이 높게 자라기만 한다면 겉으로는 잘 자란 것처럼 보이지만 강풍에 힘없이 쓰러지고 말 것이다. 대나무의 강함은 외면의 화려함이 아니라 내면의 단단함에서 비롯된다. 선조들이 대나무를 사군자 중 하나로 꼽은 것도 바로 매듭에 의한 ‘마디’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자신의 역량을 키우는 매듭이 필요하다. 일주일, 한달, 혹은 일년 단위로 매듭을 지어가면 그것이 마디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인생에서 마디가 많아질수록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된다. 대나무가 매듭을 통해 더 높이 커가는 것처럼 인생의 매듭은 더 성장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최현구(교수·농협안성교육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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