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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살지는 말고, 결혼은 해"[시민기자]딸과 엄마 '여성들끼리의 갈등'
경남일보  |  gnnews@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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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29  23:5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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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장면


31살 A씨는 어머니께 비혼을 선언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아직까지 커리어를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다. 일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지만 보람찰 때도 더러 있었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여행도 종종 하는 지금의 삶이 무척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굳이 ‘결혼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이유는 결혼에 대한 압박이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A씨의 어머니는 A씨의 모든 것을 결혼과 연관 지었다. 학생일 때는 외모를 꾸밀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했지만, 그녀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남자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꾸미기를 종용했다. A씨가 똑똑하고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성장하길 누구보다 바랐지만, 그런 면을 남자들이 싫어할까봐 더 전전긍긍했다. 어머니는 A씨가 원하지 않는 선 자리를 제안했고, A씨는 그때마다 난처했다. 어머니는 A씨에게 “여자는 애 낳고 키울 때 가장 행복한 거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습게도 A씨가 학생일 때 어머니에게 가장 많이들은 말은 “엄마처럼 살지마”였다.

여성혐오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는 요즘이다. 하지만 정작 뜻을 알고 쓰는 사람들은 몇 되지 않고, 여성도 여성혐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 적다.

여성혐오는 여성이 '사회가 정해 둔 여성이라는 틀 밖의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때 생기는 거부감이다. 사회는 오랫동안 여성에게 정해진 틀을 제시했다. 사회에 오랫동안 여성혐오가 존재했으므로, 당사자인 여성 역시 여성혐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남성이 경제권과 권력을 독점한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의 선택지는 애초에 적었다. 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틀 안에 들어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농경시대에서 산업시대로,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가장의 역할은 축소되었고, 현대사회가 성평등을 부르짖으면서 가부장제는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머니들이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을 키워야한다는 의무 때문에 정작 그들의 삶이 사라졌다는 것을 아주 가까이서 봐왔다. 그렇게 딸은 가부장제의 희생양인 어머니를 통해, 어머니의 자기혐오를 물려받는다. 바로 ‘엄마처럼 살지마’라는 말처럼 말이다.

‘늦게 다니지 마라’, ‘짧은 치마 입지 마라’, 여성혐오 사회에서 딸을 보호하기 위한 어머니의 모든 말들은 여성의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진다. 남성이었으면 지키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금기들을 습득하면서, 남성을 더 강하고 우월한 존재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어머니의 삶을 답습하고 싶지 않은 세상의 모든 딸들은 어머니로부터 멀어지려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성혐오 사회에서는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딸들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한계를 뛰어 넘어 남성과 동등해지고자 한다. 아버지의 딸, 한 남자의 아내로서 가정 내에 갇힌 삶이 아닌 자아를 실현하는 삶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이는 어떤 특권 의식도 아닌 사람의 기본적인 욕구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딸을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복잡하다. 딸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누구보다 강렬히 바랐지만, 막상 자신과 너무 달라진 딸의 모습이 달갑지만은 않다. 가부장제도의 가족 구성원 안에서 같은 여성이었던 동지가 더 이상 동지가 아니게 되어, 기쁨과 질투를 동시에 경험하는 것이다.

딸이 결혼하기를 원하는 것 자체를 여성혐오라고 볼 수는 없다. 가부장제가 제시한 여성의 틀 안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경험을 강하게 투영시키려고 할 때, 이는 선의의 탈을 쓴 폭력이 된다.

세상의 모든 여성들은 인간답게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 자신이길 바라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자유롭기를 바란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한다.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가져야 할 권리를 위해, 오늘도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여성혐오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오진선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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