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 폐경치료제의 역할로 본 에스트로겐 이야기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객원칼럼] 폐경치료제의 역할로 본 에스트로겐 이야기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2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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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로겐(estrogen)은 주로 난소와 태반에서 분비되며 부신과 남성의 정소에서도 소량 분비되는 매우 중요한 성호르몬 중의 하나이다. 에스트로겐은 정상적인 여성의 생리의 조절에 관여하며, 난소, 질, 나팔관, 자궁 및 젖샘 등에 영향을 미쳐 수정, 임신, 출산 및 육아를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남성과 여성 신체의 구조적인 차이에 영향을 주어 사춘기에 2차 성징에 관여 한다.

라틴어의 ‘oestrus’ (“gadfly, sting, frenzy”)와 ‘gen‘이 합쳐진 단어로 여성의 생식에 중요하게 관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에스트로겐은 모든 척추동물과 일부 곤충에서 합성된다. 우리 몸에서는 호르몬을 효율적으로 만드는데, 음식으로 섭취한 콜레스테롤은 프로게스테론으로 변환된 후 테스토스테론, 안드로스테네디온, DHEA과 같은 안드로겐이 된다. 안드로겐은 에스트로겐의 전구물질로서 향향족화(aromatization)을 거쳐 에스트로겐으로 변환된다. 여성에서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세 가지 형태의 에스트로겐은 에스트론(E1), 에스트라다올(E2) 및 에스트리올(E3)이다.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에서는 E2가 가장 대표적이며 임신을 하게 되면 태반에서 E3가 대량 생산된다. 양적으로, 에스트로겐은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안드로겐보다 낮은 수준으로 순환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에 비해 남성에서 현저히 낮지만 남성에서도 중요한 생리적 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에스토로겐은 여성의 폐경기 치료에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 약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800년대 후반까지도 호르몬에 대한 지식은 존재하지 않았다. 1850년대 중반에 클로드 버나드(Claude Bernard)는 땀샘에서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부 분비물이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 발견으로부터 호르몬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1897년에 난소 추출물은 갱년기의 홍조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면서부터 에스트로겐의 가능성을 열었다. 1929년에야 이르러 에스트로겐이 분리되기 시작하였다. 에스트로겐의 최초 상업적 제조는 에메닌(Emmenin)이라는 태반에서 추출 된 에스트로겐 복합체로서 시작되었다. 이는 월경통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1938년에는 임신 한 말의 소변에서 에스트로겐을 추출하였으며, 프레마린(Premarin®)으로 명명하였다. 프레마린은 적어도 10 개의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복합물질이며, 1942 년 미국에서 상업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였고 1992 년까지 미국에서 1 위를 차지하는 에스트로겐 복합물질 이었으며 1997년 매출액이 10 억 달러를 넘었다.

프레마린의 폐경 여성 호르몬 치료제로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대규모 연구가 제작사의 연구비 지원으로 Women’s Health Initiative (WHI)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심각한 부작용으로 중간에 임상시험을 중단하게 되며 2002년 7월에 발표를 하게 된다. 유방암 및 뇌졸중에 대한 통계적 증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때 이후 여성 갱년기 호르몬 치료 처방전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줄게 되었다. 물론 WHI 연구에는 몇 가지 잘못이 있었다. 대상 환자군의 나이가 많았다는 점과 함께 단일 약물로만 임상시험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이 일로 인해 에스트로겐에 대한 더 안전한 연구의 필요성을 촉발시켰다.

WHI 임상연구의 중단 이후 15년의 시간이 흘렀으며 과학자들은 에스트로겐의 유익한 약리 작용을 많이 알게 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모든 주요 에스트로겐은 식물 또는 합성 된 것이며 생체 내 호르몬, 즉 구조 및 기능면에서 신체의 에스트로겐과 동일하다. 이로 인해 프레마린에서 발생하였던 부작용은 걱정을 들게 되었다. 에스트로겐을 투여하기 시작하는 나이도 매우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WHI 이후 발표된 논문들에서는 50대 초반기에 에스트로겐 치료를 시작하면 심혈관계에 좋은 역할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시간 가설(time hypothesis)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폐경이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여성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지만 폐경 즈음 혹은 폐경 후 바로 호르몬 치료를 하게 되면 심혈관계 및 골다공증 등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분명 폐경기 여성의 위험과 이득을 포함한 에스트로겐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개선은 여성의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여성의 삶의 질을 향상 시켰다. 이제는 에스트로겐에 대한 오해가 많이 해소되었으므로 폐경기 치료의 르네상스를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최원준(경상의대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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