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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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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2  23: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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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0)

“주영아, 이모가 너 데리러 왔어.”

그제야 아이는 아앙 울음을 터뜨리며 발딱 일어섰다. 서슬에 뿌리침을 당한 양지는 하마터면 물에 빠질뻔 하게 뒤로 벌렁 주저앉았다. 아이는 앙칼지게 울며 소리를 질렀다.

“가아! 가아! 싫단 말이야!”

이 강한 거부의 항변이 어떤 성질에서 나온 건지 안다. 양지는 더욱 깊이 주영을 끌어안고 매만졌다.

“주영아, 미안해.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 다 사정이 있어. 주영이가 왜 여기 와 있어야하는지 짐작할 수 있잖아. 엄마도 어서 우리 주영이 데리러 오려고 열심히 일하고 있어. 어른들이 일하는 건 돈을 버는 거야. 돈이 있어야 우리 주영이가 엄마랑 같이 살 방도 얻고 맛있는 것도 먹이고 예쁜 옷도 사줄 수 있다고 엄마가 그랬어.”

자꾸 빠져나가려는 주영을 양지는 놓아주지 않고 빌었다.

“아가. 미안하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이게 무슨 짓인지,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아이에게 사죄를 하는 동안 양지의 눈에도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솟았다. 이런 양지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이가 이번에는 제 스스로 와락 양지에게 안겨들었다.

“이모 따라갈래. 엄마한테 갈래.”

“그래, 가자 당장.”

아이의 손을 잡던 양지가 놀란 눈으로 아이의 손을 살폈다. 까맣게 때 낀 손등이 거북등처럼 트고 딱딱했다. 보드랍고 따뜻한 여섯 살 여자아이의 예쁜 손이 아니다.

“아가, 이 노릇을 어떻게 해야 될꼬.”

튼 피부 사이로 피가 삐죽삐죽 흐르는 것을 입으로 호호 불어서 닦고 있는데 왜장치는 소리와 함께 아까의 그 여자, 주영의 고모가 나타나더니 양지를 밀어젖히고 주영을 낚아챘다.

“어느 년인고 했더마 역시나 짐작이 맞았네. 꾸어 묵고 삶아 묵고하는 가 싶어서 날마다 감시하러 댕기는 갑네. 퍼뜩 들어가자.”

양지는 손을 뻗어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며 다급한 소리로 말했다.

“주영이 고모님, 저랑 이야기 좀 하입시더.”

“돔바 갈라쿠다 들킨 깨 무안하지, 이야기는 뭔 놈의 이야기.”

“아니요, 주영이 고모님께 찾아가서 말씀 드리려고 했어요.”

“그 집 양반치레 잘 알고요. 경우 밝히는 것도 잘 아는데 하나도 안 무섭소. 기죽을 나 아닌께 당장 돌아가소. 가시나야, 어서 안 들어가고 뭐하노!”

드센 성깔이 황소 뿔처럼 치솟은 아낙이 다시 주영의 손을 와락 끌어당기자 서슬에 어정쩡하게 서있던 주영의 발이 꼬이며 엉덩방아를 찧고 나뒹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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