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멀미
강경주(시조시인)
직장 멀미
강경주(시조시인)
  • 경남일보
  • 승인 2017.07.04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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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 30여 년 관광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어떤 기사가 있었다. 모처럼 휴가를 얻어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동안 남이 운전하는 차는 한 번도 타 보지 않았다. 참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운전기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좌석에 앉아 차창에 스치는 풍경을 바라보니 참으로 편안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시간일 뿐, 점점 지루해지고 온몸이 근질근질하고 속이 좀 불편하다 싶더니 이게 무슨 뜻밖의 일인가. 차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거의 평생을 운전만 하고 다녔고 전국 어디든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별의별 불편한 길까지 다 다녀 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과로하게 오랜 시간 동안 운전을 하기도 했었지만 멀미라고는 한 적이 없었다.

참으로 기이한 일이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운전을 하지 않고 여행할 수 있어서 아주 편안한데 멀미라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구토까지 하고 말았다.

한 평생 운전을 하고 살고 있지만 멀미가 나지 않는데, 왜 멀미가 났을까? 그 동안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모든 것을 주관하고 집중하여 직접 운행했기 때문에, 멀미나는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멀미 현상은 없었다. 그러나 남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편안해지자 오히려 멀미가 났던 것이다.

멀미를 다른 말로는 가속도병, 동요動搖병이라고도 한다. 그것은 스스로 주관하지 않는 속도나 흔들림이 인체에 미치는 어지럼증 같은 것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타율이 자율에 미치는 자극에 자율신경이 과민반응을 일으켜 일어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심리적인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멀미도 종류가 많다. 우선 차멀미, 배멀미, 비행기멀미에다 사람멀미, 꽃멀미까지 다양하다. 꽃멀미는 꽃에 취한 사람들의 흥취를 뜻하는 멀미이므로 멀미치고는 좀 색 다른 데가 있어 일반적이지는 못하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직장멀미를 하는 사람들 있다. 직장에서 자율적이지 못한,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 느끼는 모든 부정적인 반응 등을 종합하여 ‘직장멀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맡은 일은 소홀히 하면서 늘 빈둥거리는 사람일수록 불편, 불만이 많고 지루함을 느끼고 퇴근시각을 기다리지 못해 안달이 나서 다른 사람들까지 부추겨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남들은 구하기조차 힘든 좋은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늘 ‘때려치웠으면’ 하는 어지럼증세를 보이는 딱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런 증세가 바로 ‘직장멀미’ 현상인 것이다.
 
강경주(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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