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원 장편소설] 갈밭을 헤맨 고양이들 23 (433)
“어허, 이거 큰일 났네.”
“와 그라십니꺼 오빠. 또 호남이 일입니꺼?”
“언내가, 무슨 일이 난 모양인데, 대체 어디 가서 애 엄마를 찾나 그래.”
주영이, 주영이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다니. 양지는 굳어지는 입술에다 간신히 주영의 이름을 올리며 오빠의 눈치를 살폈다. 오빠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 걸로 봐서 주영이가 틀림없다. 안된 일이라니. 양지는 얼핏 안간힘을 썼다.
“오빠 주영이가 와예? 걔한테 뭔 일이 났십니꺼?”
양지의 뇌리에는 얼핏 주영의 병원행이 그려졌다. 독심을 품고 주영을 나무라도 손찌검도 했을 고모, 그녀의 억센 힘살에 구타당했으면 뼈가 부러지고 뇌진탕을 일으킬 수도 있는 거였다.
“주영이 상태가 어떤지 그것부터 말 해주이소.”
“나도 자세한 건 잘 몰라. 호남이 동생은 외숙님이 알아보신다고 했으니, 좌우튼 우리라도 먼저 가봐야지.”
내쳤던 김이라 오빠를 따라나서기는 쉬웠다.
“어제, 동네 애들 따라서 강으로 놀러 갔었단다.”
“물가에는 왜 가요? 그 위험한 곳을“”
“그러니까 애들이지. 또래들이 가자니 허락받을 어른도 없는 애가 겁도 없이 쫄래쫄래 따라갔겠지.”
“그럼 어제 벌써 그렇게 됐다는 거네요.”
“밥 때가 돼도 안와서 제 친구 집 어디서 놀고 있겠지 내비뒀단다.”
“세상에, 세상에 그런 일이.”
양지는 연이어 목격했던 일이라 주영의 일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혼자 놀기 심심한 아이는 나중에 혼날 처지도 잊은 채 동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디든 따라갔을 것이고 그들이 노는 동작을 같이 하고 놀았을 거였다. 데려오기로 결심했으면 하루라도 빨리 데려와야 하는데 기회를 놓친 자기의 잘못으로 저질러진 불행만 같아 아찔하고 황당했다.
양지는 곤두박질하듯이 사람들이 모여서 있는 강가로 달려갔다. 잠수복을 입은 남자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모래톱으로 걸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웅기중기 모여 섰던 사람들 가운데서 붙잡는 손길을 뿌리치고 총알처럼 물로 내닫는 여자가 있었다. 여자는 미친 듯이 잠수부에게 매달리며 잠수복을 할퀴고 뜯는다.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와있던 호남이다.
“우리 주영이, 우리 주영이 어딨어. 우리 주영이 찾아 내, 우리 주영이 찾아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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