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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자식보고 누구세요? 치매, 국가는...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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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1  15: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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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수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막을 내린 연극 ‘오거리 사진관’은 평범한 가정에서 불현듯 나타난 아버지의 치매, 그 위험성을 적나라게 표현했다. 노망(老妄)으로 불려지기도 했던 치매, 그 잔혹한 고통이 사회적 병리로 옮은지 꽤 오래다. 누구에게나, 어떤 가정에서나 예고 없이 들이닥칠 수 있는 뇌질병의 일종이다. 확인된 것으로만 100종류가 넘는단다. 의학적 통계로는 노년인구 중 1할 5푼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다. 그러한 주변 어른신이 80여 만명이나 된다. 향후 십년이 못돼 100만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어른이 치매를 앓게 되면 집안은 풍비박산을 맞은 것처럼 불행의 긴긴 터널에 갇히게 된다. 그 배우자는 스스로 당하는 고통보다 더 질긴 삶으로, 인생의 송두리가 파멸된다. 모진병에 효자 없다는 교훈을 절감케 한다. 아들딸은 불효자식, 못된 사위, 며느리로의 갈음도 한순간이다. 설령 남편과 아내, 자식이라는 사람됨을 끊임없이 되뇌어도 다짐처럼 현실은 괴리의 간극이 너무나 크다. 본인은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나 가스사고 등과 같은 변고, 낙상과 욕창발생 등 신체적 위험에 따른 쓰라림을 당한다. 아무런 기억을 되새기지 못하는 삶, 스스로 끊는 목숨, 슬픔이 깃든 애절한 그리움으로 여생을 보내는 환자의 기구한 심리적 애환을 동반한다.

전문적인 치료와 간병을 받는다는 목적으로 병원이나 전문요양시설에 입원시킬 경우, 고통을 방기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이러한 심리적 괴로움은 엄청난 기회비용을 떠안게 된다. 여기에 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표현하기 힘든 고통의 덤이다. 가족이 간병하려면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 지금도 다른 질병처럼 의료보험이 적용되어 치료비의 본인부담금은 20%에 불과하지만 배꼽이 더 크다. 즉, 환자를 24시간 살펴야하는 간병비용은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일부는 이른바 ‘팁’으로 불리는 가당치도 않을 봉사료지급 여부 혹은 그 수준에 따라 간병의 질도 달라진다는 미묘한 정서도 있단다. 환자의 없었던 일탈을 가족에게 슬쩍 흘려 팁 수령을 은근히 조장하는 일도 있다니 혀가 차질 현실이다.

지난해 치매환자 1인당 관리비용이 2천 만원이 약간 넘는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개인의 일로 치부될 일이 못된다. 가족이 감당하기는 너무나 가혹하다. 정서상의 경제활동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국가의 경쟁력 저하의 원인(遠因)이 될 수밖에 없다. 국가가 팔 걷고 나서야 할 명분이 여기에 있다. 복지정책의 최우선급 순서에 두어야 할 가치다. 다행히 새정부는 ‘치매의 정부책임제’를 표방하면서 대통령 공약과 연계시켰다. 퍽 다행하고 고무적이다.

치료비의 본인부담금을 10%로 낮추고, 환자의 판단범위를 ‘중증’에서 경증으로 하향 조정하며, 50여 개소에 불과한 치매지원센터를 각 기초자치단체수 수준인 전국에 250여 개소로 늘린다고 한다. 큰 진전이다. 하지만 그러한 공약을 전부 실현한다고 하여 진정한 ‘정부책임제’로 인정받기는 역부족이다. 언급한대로 문제는 간병비다. 단독간병이 아닌, 다인 간병이라도 100만원 남짓의 인건비 지원에 관한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며칠 전, 치매환자를 돌보는 ‘시설’에서 뜨거운 국물을 환자 얼굴에 끼얹었던 사건이 있었다. 치매환자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몰인격적 사건도 다반사다. 팁을 조장하는 언동, 의사소통이 힘든 환자를 대상으로 인격을 모독하는 등 인권침해를 방조하는 요양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의 철저함이 긴요하다. 정부의 관심이 절실한 근거다. 참혹한 치매, 그 방치는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오오사정(烏烏私情), 까마귀도 자라면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준다. 짐승도 어미를 보살핀다. 부모를 섬기는 사람의 천륜에서 문제의 실마리가 풀려야 한다는 교훈은 너무나 마땅하다. 그리고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골을 국가가 거뜬하게 매워줘야 한다.

 
정승재(객원논설위원·한국인권사회복지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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