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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시론] 지방민은 지금 행복할까?
정영효(객원논설위원)
정영효  |  young@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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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17  18: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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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당시 유행했던 말이 있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권영길 후보가 TV토론회에서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한 대국민 질문이다. 당시 이 질문은 헌법 10조 “모든 국민은…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하는 국민의 기본권, 즉 ‘행복추구권’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국가와 정부·정치권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일깨운 질문이었다. 또 국민들에게는 스스로 ‘지금 행복한가? 살림살이가 나아졌는가?’하는 반문과 함께 ‘행복추구권’이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임을 재자각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1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지방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져 본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결론부터 말하면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다”고 말하는 지방민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대다수가 행복하지도 않고, 살림살이가 더 나아지지 않았다고 대답할 것 같다. 심지어 과거에 비해 더 나빠졌다고 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다.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가 도무지 나아지지도 않고, 나아질 기미 조차도 보이지 않는 게 지금 지방이 처한 현실이다. 대다수가 행복하지 않다고 대답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방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너무 황폐화돼 있고, 거의 회생불능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중앙정부가 해방 이후부터 줄기차게 중앙·서울 중심의 개발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지방에 있던 돈·사람 등 모든 재원이 중앙과 서울로 빠져 나간 탓이다. 중앙정부가 대한민국을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만 모든 재원이 몰려 있는 기형구조로 만든 것이다. 겨우 12%의 면적에 불과한 수도권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특히 청년층(20~39세)은 절반이 넘는 53%(2017년 5월 기준)나 몰려 있다. 수도권 인구 집중도(2014년 기준)는 프랑스(18.3%), 영국(19.2%), 일본(28.3%) 보다도 우리나라(49.4%)가 가장 심하다. 기업 집중도는 더 심각하다. 기업의 72.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상장회사 1947곳 중 1408곳의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 집중도는 상장사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더 커진다. 수도권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전체 85.7%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지방에서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고, 양질의 일자리는 찾기 힘들다. 지방의 1인당 평균 소득이 낮을 수 밖에 없다. 2015년 시·도별 개인소득을 보면 지방의 개인소득이 서울과 큰 차이로 뒤떨어져 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고, 이는 곧 낮은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득이 높은 수도권으로 인재가 빠져나가는 악순환 반복의 연속이다.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빼앗기다 보니 지방의 자립·자치 역량이 거의 소멸되고 말았다. 이런 상태론 지방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지금도 돈·사람 등 지방의 재원이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수도권공화국에서 지방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이제 새정부 개발정책의 중심은 지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방민이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다. 행복합니다”라고 말하는 세상이 될 때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보장될 수 있다.

 
정영효(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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