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 이이제이(夷以制夷)전략의 문제점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명예교수 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경일시론] 이이제이(夷以制夷)전략의 문제점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명예교수 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 경남일보
  • 승인 2017.07.3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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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연구가인 모(某) 씨의 칼럼에 ‘이이제이(夷以制夷) 전략은 성공할 수 없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생각나는 것이 많았다. ‘이이제이’란 오랑캐를 이용하여 오랑캐를 제압한다는 뜻이다. 이 전술 용어는 중국 송나라 범엽이 쓴 후한서에 등장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고대 중국에서 ‘오랑캐(夷)’는 주변의 다른 민족을 비하한 용어이다. 중국 대륙의 변방에 사는 다른 민족을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 등으로 지칭하고 이들을 오랑캐로 불렀다고 한다. 중국에서 동쪽인 한반도와 일본은 ‘동이’에 해당된다. 오랑캐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도 6・25를 전후하여 사용되었다. 지금은 중국이지만 당시에는 중공군을 ‘중공 오랑캐’라고 지칭했다.

‘이이제이’ 전술은 고구려의 경우에 여러 부족으로 이뤄진 ‘말갈(靺鞨)’을 정복 전쟁에 앞세웠고. 당나라는 신라를 정복하기 위해 말갈을 이용하였다. 당나라의 경우는 전세가 불리하여 평양에 설치했던 도호부를 요양에 후퇴시켰지만 20만 명이나 됐던 말갈 연합군은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다. 명나라는 국운이 기울어질 때 조선을 이용하여 후금(淸)을 치려하였지만 명나라는 자중 질환으로 황도가 무너지고 황제는 목을 매어 자살했다. 청나라는 말기에 열강들을 제어하기 위해 ‘이이제이’ 전술을 쓰려했으나 영국과 일본에게 당하고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만주로 쫓겨 가는 수모를 감수해야만 했다. 조선도 열강의 세력을 ‘이이제이’로 막으려 했으나 결국은 일본에게 당하는 운명을 맞이했다. 러시아를 이용하여 일본을 경계하고, 청을 부추겨 일본을 제어하자는 조선 말기의 전략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최근 중국은 북한을 이용하여 미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을 제어하는 ‘이이이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칫 세계 대전으로 비화하게 된다면 우리 민족의 비극은 ‘천추의 한’이 될지도 모를 북한의 핵개발을 보면서 이용하고 있는 중국이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의 국내 정치도 불안해 보인다. 원칙이 아닌 변칙으로 개혁을 시도한다는 묘한 느낌은 필자의 노파심으로 끝났으면 한다. 비(非)사법고시 출신을 앞세운 법조개혁이나 비(非)외무고시 출신을 앞세운 외무개혁, 비(非)행정고시 출신을 앞세운 행정개혁이나 비(非)교육자 출신을 앞세운 교육개혁, 그리고 비(非)전문가 출신을 앞세운 각계의 개혁 등이 주관/주최하는 그들만의 향연이 되지 않길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정화에는 천적의 활용이 필요하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천적의 활용 아이디어가 잘못 적용되면 결국에는 실패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계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독수리나 매를 이용한 육식동물의 사냥도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고, 호랑이나 사자를 이용한 육식동물의 사냥을 하게 되면 더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인간관계 속에서 천적의 활용은 곧바로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온 다는 이치를 말해주고 싶다.

중장기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공무원 증원 정책,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원전 축소 정책, 실속 있고 지혜로운 외교 정책, 많은 경험적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보수층도 불안해하지 않는 안보정책과 교육정책 등을 포함한 부패청산까지도 변칙이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개혁을 해야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급변하는 사회구조일지라도 변칙은 언제나 후유증이 심한 것이기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싶다.

정찬기오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명예교수 교육방법정보컨설팅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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